해외항만개발 자금과 조직 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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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해외항만개발 자금과 조직 정비해야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역할을 한 수출이 201812월 이후 201911월까지 1년 내내 감소했다. 특히 11년 만에 세계전체 수출액 가운데 우리나라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어려운 세계경제 여건 속이라 해도, 유독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가 더 길고 큰 것은 국제경쟁력 약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해외 현지에서 외국 기업과의 국제경쟁은 공급사슬(SC) 즉 물류경쟁력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의 60~70%는 원자재 및 부품조달비, 재고비, 운송비, 통관하역비, 유통비 등 제조과정 밖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들 제조과정 밖의 공급사슬 기업간 최적화가 국제경쟁력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공급사슬 경쟁력은 하락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해외 항만터미널, 물류센터 등 물류시설의 투자 확대와 통관 하역 보관 수송 등 국제물류 서비스 지원이 부족한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항만개발협력사업이 국제물류거점 확보 및 기업의 해외진출을 통한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구축의 목표를 갖고 2008년 이후 32개국 41개 사업을 추진했으나, 대부분 타당성분석에 그치고 있고, 항만건설로 이어진 것은 민간투자사업 2건에 불과하며, 정부의 해외항만투자는 전무한 상황이다.

반면에 중국은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범국가적으로 추진하면서 40여 개국에 60여 개의 물류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일본도 자국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인프라 시스템 수출전략을 통해 자국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하면서, 이미 동남아지역의 항만 등 물류시설 대부분을 선점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신북방 정책에서 우리 기업의 국제물류 경쟁력을 지원하는 해외물류 인프라 투자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진출 시 개별기업이 물류관련 시설에 투자하거나 임차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현지시장에서의 물류경쟁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 해외 현지 항만터미널, 내륙물류 네트워크, 공동물류센터, 자유무역지대, 내륙컨테이너기지 등 해외항만개발사업은 해외 현지 진출 중소·중견기업의 지역별 거점 역할을 하고, 국제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물류시설이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항만개발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금과 조직을 정비해야하다. 기업은 자금이 부족하여, 실제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의 해외항만개발을 주도할 주체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UAE 등은 국가성장전략의 일환으로 해외항만을 투자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주도의 펀드를 조성하고, 공기업을 통한 해외항만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항만개발펀드(가칭)를 조성해 해외항만개발사업에 대한 공공부문 투자기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한국해양진흥공사, 부산항만공사 등이 공공투자자로 자금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해외항만개발 투자 전문 공공기관(가칭 해외항만개발공사)을 설립하여 해외항만개발을 주도하게 해야 할 것이다.

내일신문 경제시평, 2019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