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소와 수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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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중소 조선소와 수리조선

세계 최대의 수리조선 독을 건조했다는 소식을 듣고 보름 전 중국 저우산(舟山)을 다녀왔다. 상하이를 거쳐 저우산공항에 내려 다시 배로 1시간 정도 가면 육횡도(六橫島)라는 섬에 도착한다. 육횡도 섬 해변에는 저우산 COSCO 해운중공업’ ‘저우산 신야조선소’ ‘저우산 롱샨조선소등의 조선소가 있다. 곳곳에 대형 크레인과 수리 또는 개조하러 들어온 수많은 초대형 선박이 겹겹이 안벽에 계류해 있었다.

최근 이곳을 포함해 중국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해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비한 스크러버 설치나 선박 평형수 규제에 대비한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설치와 같은 선박 개조 작업이 증가해 조선소 일감이 넘쳐난다고 한다.

저우산 COSCO 해운중공업에서는 올해에 이미 17척의 스크러버 개조 작업을 완료했고, 현재 총 100척의 개조 작업이 밀려 있을 정도로 북적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APL사의 14000TEU급 컨테이너선에 대한 스크러버 개조 작업도 한창이었다. 원래 이 조선소는 신조선과 수리조선을 7 3 정도로 했으나, 현재는 일부만 신조선을 진행하고 대부분 선박 개조 및 정기 수리 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저우산 신야조선소는 현재 수리선 27척 중 13척이 스크러버 개조 선박이다. 신야조선소는 중국 내 5대 수리조선소로 그 규모가 크다. 4개의 독을 보유 중이며, 최근 수리조선소로는 세계 최대인 길이 610, 91의 독을 완성했다. 초대형 유조선(VLCC) 2척을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이 독에 현재는 한국 선명의 선박 등 총 5척이 함께 수리를 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앞으로 2TEU급 선박은 물론, 앞으로 나올 3TEU급 선박까지 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독이라고 자랑한다.

저우산 롱샨조선소는 케이프사이즈 독 등 총 2개의 독을 보유한 조선소로 연간 200척의 드라이도킹 수리 및 개조 선박을 처리하는데, 이 중 30%가 한국 고객이라고 한다. 수리 및 개조 선박을 위한 기계 전기 등의 인력은 하청을 주지 않고 직접 고용하고 있어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고 한다. 조선소 야적장에는 수입된 스크러버가 포장된 채 즐비하게 놓여 있고,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작업 물량이 꽉 차 있어 빈 독을 잡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곳 저우산 군도는 수많은 섬으로 둘러싸인 정온수역이어서 부두에 3중 접안(alongside)까지 가능할 정도로 조선소로 매우 적합한 곳이다. 오전 630분인데도 육횡도는 벌써 조선소로 출근하는 오토바이 행렬로 번잡스럽다. 대부분 전기 오토바이여서 매연이나 소음이 없어 베트남에서 본 오토바이 행렬과는 느낌이 다르지만, 베트남에서 새벽에 본 사람들의 활력을 이 섬에서도 볼 수가 있다. 신조선이 넘쳐나던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수리조선으로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 중국 여러 지역에서 작업자를 데려오고 있다고 한다.

저우산 COSCO 해운중공업은 신조선과 개조선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특성으로 신조선 시황이 나빠지면 개조 및 수리조선에 집중해서 조선소를 유지하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성동조선이나 STX조선, 오리엔트조선 등 중소 조선사가 힘을 합쳐서 선박 개조 호황기에 이 일을 맡아서 했다면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넘길 수 있는 계기가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다.

우리나라 조선소가 환경단체의 반대로 수리 및 개조 조선에 어려움이 있지만, 중국 조선소와 경쟁할 수 있는 수리조선 작업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선박 개조의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수리 및 개조 조선 물량을 갖고 있는 국내 선박관리업체들은 수십 척의 개조 선박 물량을 군산조선소 등 우리의 중소조선소 대신 중국 조선소에 넘겨주는 현실에 관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국내 조선소의 수리·개조 작업의 경험 부족 문제를 지적한다.

개조 시 발생하는 환경 문제 해결은 정부에서 지원하고, 개조 조선 인력 확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우리의 중소조선소도 수리 및 개조 사업을 할 수 있다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중소 조선사의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지역사회의 활력도 되찾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술과 품질이 싱가포르나 중국과 비교할 때 훨씬 우수한 군산 목포 경남 부산 울산 등의 중소조선소에서도 초대형 개조 선박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면서 육횡도를 떠났다.

국제신문 해양수산칼럼, 2019년 8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