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입 없으면 한국해운 미래 없다
본문 바로가기

기고문

자본유입 없으면 한국해운 미래 없다

한 국가의 제조업 부가가치가 높을수록 선박보유량이 증가하며, 수출규모가 클수록 컨테이너선박 보유량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이며, 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68.8%로 중국 일본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제조업과 수출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가 해운업, 특히 컨테이너선 선대 확충에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한진해운 파산으로 우리나라 컨테이너 선대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정책을 수립하는 등 만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금년 들어 시중은행들이 다시 조선·해운업을 관리업종으로 선정하면서 해운업 대출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해운재건정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업종이 어려워지면 대출규모부터 줄이는 은행권의 관행에는 변화가 없는 듯하다.

선사들, 과도한 금융비용 때문에 고전

지난 10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주최한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한국해운 지속가능한가’라는 주제의 토론이 벌어졌다. 한국해운 지속가능하려면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토론이었다.

해운불황이라지만 유독 우리나라 선사들이 고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 선사들에 비해 국내 선사들의 자본 투입여력이 낮아 과도한 차입경영에 의존하게 되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계 선사들은 여러 세대를 거쳐 내려온 전문 해운기업 운영 노하우에, 축적된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유럽 일본 중국선사들은 금융기관들의 해운업 투자나 다양한 금융지원정책에 의한 자본유입의 수혜를 받고 있다. 여기에 일부 외국 해운기업들은 해운경기 호황 때 이익을 잉여금으로 유보해 불황에 대비하기도 했다.

한국해운의 지속가능성의 선결조건이 바로 해운산업으로의 자금 및 자본유입이다. 화주의 자본 투자, 조선소의 선박관리회사 운영, 민간 부동자금의 유입 유도를 위한 세제 등 인센티브 정책이 그 핵심이 될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대기업 2차 물류업체로 시작했지만 해운업 진출을 확대해 현재 벌크선 유조선 등 90여척의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사료수입 화주업체인 하림그룹은 2015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팬오션을 인수해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킨 바 있다. 그동안 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자가화물운송을 전담하기 때문에 해운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해운업의 자본스톡(stock)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제는 수출입 화주기업인 대기업이 해운회사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조선소에서는 시황변동에 따라 발주 후 인수거부 선박이 다수 발생한다. 이중에는 공정률이 50% 이상 되는 선박들도 적지 않다. 이들 미인도 선박을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선박관리회사를 운영하는 방안도 해운사의 선박투자를 경감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조선소는 선박소유주(owner)로, 그리고 해운사는 이들 선박을 운영하는 운영사(operator)로 역할을 하게 되면 조선소는 미인도 선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해운사는 선박 소유와 운영을 분리함으로써 해운경기 불황시 선가하락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펀드 등으로 민간 부동자금 유인

선박펀드도 민간의 부동자금을 유인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공모형 선박펀드는 투자금으로 선박을 건조해 선사에 빌려주고 대선료를 받아 투자자에 배당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선박펀드는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 물론 해운시황 고점에서 판매한 선박펀드가 급격한 운임하락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향후 더 이상의 하락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 만큼 큰 폭의 절세혜택을 줄 경우 선박펀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 해운산업에 특화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운산업에 대한 자금유입을 이곳 한곳으로 한정했다면 이는 해운산업 지원이라 볼 수 없다. 다양한 자금과 자본이 유입될 수 있을 때 한국해운은 지속가능해질 것이다.

내일신문 경제시평 2020년 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