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금융 시너지로 조선업 살리자
본문 바로가기

기고문

해운·금융 시너지로 조선업 살리자

최근 LNG 운반선 및 LNG 추진 초대형 유조선 등의 수주가 늘면서 한국이 세계 선박 수주 1위를 탈환하고 일부 조선소가 금년 수주 목표를 채우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선박 발주량이 줄면서 아직 우리 조선산업이 본격적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 못한 채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산업을 초기부터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고자 대형 선박에 맞춰 육성한 최초 국가였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세계 1위를 차지하던 2010~2014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신조선 준공량 43138만 톤(GT) 14246만 톤(GT)을 준공해 33%를 차지했지만, 이 기간 건조한 선박 중 95%는 모두 수출 선박이 차지했고, 국내선이 차지한 비중은 척수로는 6.6%, (GT)수로는 5.4%에 그쳤다.

선박 수출을 위한 우리 조선산업 육성은 역사적으로 조선업이 발달했던 영국이나 일본과는 다르다. 영국·일본은 바다를 제패하기 위해 해운산업을 국가 중점 육성산업으로 키우면서 이를 뒷받침하고자 조선산업에 주목했다. 영국이 세계 해운업을 지배한 1890년대 당시 전 세계 선박의 90% 이상을 생산했다. 일본도 자국 선대 시장점유율을 19481%에서 198410%까지 높이는 과정에 조선업이 발전했다. 일본은 1984년 기준 세계 선박의 50%를 건조하면서 그 뒷받침을 한 것이다. 이렇게 기반을 다진 일본의 조선산업은 이런 맥락에서 여전히 자국 해운산업 육성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영국, 일본, 중국과 달리 자국 해운산업과 연계 발전하는 산업정책을 중시하고 있지 않다. 특히 선박금융 측면에서 보면 조선산업 수출 일감 확보를 위해 조선소 신용을 제공하면서, 수출입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이 조선소에 지원하는 수출선박금융으로 세계 10대 선박금융 규모로까지 커졌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 정책금융기관의 여신은 우리 선사와 경쟁하는 외국 선사에 대부분 돌아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책금융인 수출선박금융의 이런 정책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수출입 화주의 수송 인프라 역할을 해야 하는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 납세자의 세금을 갖고 종합적인 국익 검토 없이 수출만 하면 된다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수정할 때가 되었다. 최근 중국도 우리처럼 전 세계 선박 수출시장을 겨냥해 조선산업을 육성했지만, 정부가 나서 자국 해운산업과 자국 조선산업의 연계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산업부와 금융 당국은 현행 정책의 당위성을 수출 선박 건조를 위해 금융을 제공해 조선소가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하고, 연관산업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함에서 찾을 것이다. 그러나 선박수출금융이라는 정책자금을 외국선사에게 제공(선가의 60~70%에 이른다)하여 선박을 건조하는 현재 상황에서 이 자금 일부를 국내 해운회사에 제공해 배를 만들어도, 산업 파급효과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달라질 게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해운강국 재건이라는 국정과제를 이행하면서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 해운을 위한 금융 및 보증업무를 수행하도록 했고,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원양선사 재건을 위한 여러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이는 장기화된 해운 경기 불황 속에서 선사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정책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공공금융정책도 정책 선택의 균형을 잡는 일이 필요하다. 수출산업으로 조선산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조선 이외의 무수한 수출제품이 해운을 통해 세계로 수송되고 있다. 정부가 해운강국 재건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외국 선사에 제공하는 경쟁력 있는 첨단 선박을 국내 선사도 건조할 수 있도록 선박수출금융의 일정 부분을 국내 해운사에 할애하는 정책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도 호황기에 적극적인 대출, 불황기에 소극적 대출 시행이란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친환경 연료절감형 선박같은 혁신형 저운항원가 선박에 대해 투자하고, 또한 해운경기의 저점과 고점을 포함한 한 사이클 전체를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금융기관이 저선가 시기에 선사와 함께 투자해 나간다면, 해운경기 주기 변동 속에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본 모두 자국 해운산업이 성장을 멈추었을 때 조선산업도 경쟁력을 잃어버린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금융 당국과 산업부, 해양수산부는 한국 해운업 경쟁력 강화, 국내 수출입 화주의 수송인프라 확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산업협력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해운산업 경쟁력도 키우고 조선업 물량도 확보하고, 무역경쟁력까지 높이는 해운-조선-금융 연계정책을 범부처적으로 수립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국제신문 해양수산칼럼 2019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