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스토리로 어촌 전성시대 이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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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브랜드와 스토리로 어촌 전성시대 이끌자

어렸을 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촌·항구의 모습은 바다를 쉴 새 없이 오가는 배들과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수산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북적이던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던 모습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소위 말하는 우리네 어촌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최근 어촌의 상황은 과거 기억 속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30만명을 훌쩍 넘었던 어가(漁家) 인구는 지난해 12만여 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인 고령화율도 어촌은 32.5%로 전국 평균의 2.4배에 달한다. `2018 해양수산국민인식조사`(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도 어촌에 대한 이미지는 `불편하다` `냄새난다` `단조롭다` 등으로 취약한 정주여건과 인프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은 편이다. 특히 정주생활기반, 보건복지, 교육, 일자리 등 어촌의 삶의 질 지수는 농촌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의 활기 넘치는 어촌들을 살펴보면 잘 정비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스토리를 브랜드화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일본에서는 과거 고래잡이를 주로 하던 어촌을 `고래마을`로 브랜드화해 박물관과 기념품을 만드는가 하면 갯벌로 유명한 `가시마`에서는 갯벌 스키 등 미니 갯벌 올림픽을 개최해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어촌도 이와 같은 발전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어촌체험마을에서 즐기는 갯벌체험, 전통어업 방식인 `독살, 죽방렴` 체험 등은 이미 많은 관광객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섬과 해안가에서 즐기는 캠핑, 낚시 등 해양레저활동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우선 선착장 등 낙후된 교통시설을 개선해 안전하고 쾌적하게 어촌을 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역 고유의 역사나 자연경관 등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를 발굴해 발전시켜 나간다면 우리 어촌도 사람으로 북적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87000억원 규모의 `지역밀착형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는 어촌에 초점을 맞춘 `어촌뉴딜 300 사업`도 포함돼 있다. 생활 SOC는 국민들의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높은 소규모 생활밀착형 SOC로 기존 토목 중심의 SOC와는 다른 개념이다. `어촌뉴딜 300 사업` 또한 지금까지 소외됐던 소규모 항·포구 300곳을 개발·정비해 해상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해양레저관광 활성화와 지역혁신을 통해 어촌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해외의 어촌개발 성공사례를 볼 때 `어촌뉴딜 300 사업`이 어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존 어촌개발사업과 다른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추진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정부 주도 개발에서 벗어나 지역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찾고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상향식 개발이 돼야 한다. `가시마`의 미니 갯벌 올림픽 성공을 이끈 운영 주체는 지방정부가 아닌 `포럼가시마`라고 하는 지역민간단체였다.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어촌개발은 지역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미국의 뉴딜정책(1933~1939)은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제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구조와 관행을 과감하게 혁신했던 경제정책이었다. 뉴딜(New Deal)은 말 그대로 `새로운 협약`을 의미한다. 어촌뉴딜이 추구하는 `새로운 협약`이란 주민 주도로 어촌사회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소득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주민에 대한 약속이자, 정책의지를 의미한다. `어촌뉴딜 300 사업`이 우리 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다시 한번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는 희망의 싹이 돼주길 기대한다.

(매일경제신문,  오피니언, 2018년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