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강국 건설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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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해운강국 건설 성과와 과제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해양수산부는 그중 3대 국정과제를 주관하며, 특히 무너진 한국해운의 재건을 목표로 한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 과제는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내건 부산의 도시비전과도 연관돼 있다.

해운강국 과제는 지난 2년간 상당한 가시적 성과를 보였다. 먼저 지난해 4월,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했으며, 이어 7월에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부산에서 출범시켰다. 지난해 연말에는 친환경 선박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한진해운 사태 등 국가 수출입 물류의 중대한 장애 발생에 대비해 지난 1월에는 비상 시 해운항만 기능 유지를 위한 근거 법도 제정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항만지역의 도시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이로써 해운강국 건설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 조성은 상당부분 완료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앞으로 3년간 추진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큰 과제는 새로운 기반을 토대로 한 해운강국 건설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2008년 해운경기 폭락 후 10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침체로 인해 산업적 성과는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성장기 세계 경제의 경쟁여건을 고려할 때 제조기업의 수출 경쟁력 지원을 위한 국제물류 효율화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국정과제 목표인 ‘해외 물류망 확장’을 위한 전략적 집중이 요구된다. 수출 물류망별로 화주-선사-항만-친환경·신기술-금융 부문이 함께 투자하는 소위 ‘전략적 수출물류망 협력’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자본금 2조8000억 원 수준의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금융 여력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정부는 출범할 때 법률로 명시한 자본금 5조 원의 조속한 확보를 위한 노력부터 해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부처 간 협업을 통한 국정과제 목표 달성이 시급하다. ‘바다를 통해 아세안과 인도까지 잇는’ 신남방 정책과 ‘대륙을 통해 중국·러시아까지 잇는’ 신북방 정책의 핵심은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한 해외 물류망 구축과 교류확대이다. 해양수산부의 자원과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처 간 협업 추진을 위해서는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이 중요해 보인다. 우선은 물류정책기본법의 기본이념과 국가 및 지자체 책무의 범위에 ‘해외 물류망 구축’이 명시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버금가는 신남방-신북방-남북을 연결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실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 2년간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부분은 새로운 전략부터 수립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 신기술을 활용한 해운물류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는 기본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IBM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물류플랫폼 서비스를 도입했고, 로테르담항은 항만의 완전자동화와 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ICT 등의 신기술을 활용한 해운물류 서비스 혁신을 위해서는 신산업은 물론 전통 기업의 혁신 투자 촉진 정책이 필요하다.

대내외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선박 환경 규제를 역발상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도 요구된다. 규제의 선도적 대응을 위해 항만지역 등의 대기질 개선을 위한 선박미세먼지 감축 목표와 국적 선박의 친환경 지표 등을 설정하여 기업의 친환경 투자를 촉진하는 능동적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인적 자원 투자에 정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해운, 조선 산업 구조조정으로 급감하는 전문 인력과 축적된 전문 지식을 유지, 전수, 활용하기 위한 인적 지식자원 정책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인적 자원 투자는 민간부문에만 맡겨둘 수가 없고,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이 적극 나서야 하는 영역이다. 국내 및 해외 제조기업의 수출입물류 경쟁력 제고와 물류 인력의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 제고를 위해 전문성 강화 교육과 인력 양성, 해외 정주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민간기업은 업종 간 협력을 통한 개방형 혁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영성과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의 비용혁신과 경영성과를 정책의 성과지표로 삼고 정책 효과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선박 설계와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해운-조선-기자재-화주 등의 민간기업 간 협력적 성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비용과 환경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선박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일본의 아이시핑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수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은 관련 기업의 미래 투자를 선도할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

[2019년 4월 2일, 국제신문, 해양수산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