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선 출현에 대비한 첨단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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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초대형선 출현에 대비한 첨단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시급

세계 항만운영사와 하역장비 제작사들의 회합인 TOC '99 회의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향후 10년내 항만에서 발생할 가장 중요한 변화의 하나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출현에 따라 신속한 양적하 작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을 들고 있다.

또한 광폭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출현하게 되면 기존의 터미널 하역 장비 및 시스템으로는 요구되는 양적하 작업의 생산성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운항의 전제조건으로 터미널 하역장비의 획기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공감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전자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출현할 경우 기존의 해상운송 패턴이 항차 운송시간(Transit Time)을 단축하기 위해 기항 항만수를 줄이고, 최단거리 운항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한 초대형 중심항만(Mega Hub-port)의 터미널 개발 방향을 검토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후자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기항할 경우에 대비한 기존 터미널의 대응 방향을 검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새천년의 첫 10년동안 세계 항만산업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출범에 대비한 새로운 터미널 개발(Port Infrastructure)과 고생산성의 항만하역 장비 및 시스템(Cargo Handling Port Facilities) 기술개발이 급진전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불리우는 포스트 파나막스(Post-Panamax)선은 파나마 운하 통과 기준(선폭 32.31m, 흘수 12.04m)을 초과하는 선박으로 1988년 미국의 APL사에 의해 취항된 4,340TEU급(C-10선) 선박이 최초이다.

현재까지 약 130여척의 포스트 파나막스 선박이 취항중이거나 발주중에 있으며 대부분 5~6척씩의 시리즈 선박으로 발주되어 북미항로, 구주항로, 미/유럽항로에 취항되고 있다.

해운선사들이 1980년대 후반 이후 컨테이너선의 대형화에 몰두하게 된 원인은 기본적으로 세계 주요 기간항로의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된데서 기인된다. 북미항로, 구주항로, 미/유럽항로의 물동량은 지난 20여년 동안 평균 6.5%~7.5% 정도의 높은 신장률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투입선박을 늘리던가 아니면 선박을 대형화화 하여 선복량을 늘려왔다. 그러나 1984년 미 신해운법의 발효로 해운동맹의 독과점이 와해되면서 해상운임은 경쟁체제에 돌입하였고 운임이 크게 하락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해운선사들은 물동량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선박 공급을 늘려야 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투입선형을 대형화하기 시작하였고 이와같은 대형화 추세는 물동량이 증가되고, 운임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컨테이너선이 어느 정도까지 대형화 될 수 있는 것인가?, 15,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10년내 기항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머스크라인의 모그룹인 A.P.Moller 계열사인 오덴스(Odense)조선소에서 6,250TEU급 Regina Maersk를 건조시켜 1997년에 싱가폴 PSA에 취항시킨 바가 있다.

그리고 영국의 P&O 사는 1996년에 일본의 이시가와지마하리마 중공업에 6,674TEU급 4척을 발주하였으며, 또한 1999년 초에는 우리나라 현대중공업에 7,300TEU급 선박을 발주하였다.

독일의 HDW사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움에서 8,000TEU급 선박 설계를 완료한 상태이며, 우리나라 조선업체도 2~3년내에 8,000TEU급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박의 구조 설계상으로는 8,000TEU급 이상 선박의 설계가 가능하지만 엔진출력의 한계로 당분간은 8,000TEU급을 뛰어넘는 선박건조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독일 Germanischer Lloyd사의 Payer박사는 현재 개발된 최대출력 엔진은 68,000KW(95,000마력) 엔진으로 8,000TEU급 선박이 25노트의 속력을 낼 수 있으나, 9,000TEU급 이상선형으로 25노트 속력을 유지하려면 엔진을 2대 장착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있다. 이 경우 원가부담 문제로 당분간 9,000TEU급이상 선형 건조는 제약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엔진을 2기 장착할 경우 9,000~11,000TEU급을 넘어서 12,000TEU급 혹은 그 이상의 선형으로 초대형화하여 추가 원가 부담력을 갖추려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3,000TEU급 선박이 시장에 출현하면서 약 10년후(‘72~’84)에 4,000TEU급 선박이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하였으며, 다시 10년후(‘84~’95)부터 5,000TEU급 선박이 출현한 점을 감안하면, 6,000TEU급이 출현한 1998년 이후 약 10년간은 6,000~8,000TEU급의 선박건조가 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2010년을 전후한 시점에서 12,000TEU급~15,000TEU급 선박이 출현할 수 있는 시기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개발예측은 단순히 기술적인면과 선박원가 측면에서 검토한 것이다. 그러나 해상물류 측면에서 보면 8,000TEU급 선박과 12,000TEU급 선박의 출현은 각각 항만에 미치는 영향과 세계 해상 수송구조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초대형선의 출범에 전제가 되어야 할 조건은 항만에서의 하역장비 및 시스템의 발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과 항만 인푸라스트릭쳐 및 수심의 개량이 선행되어야 하는 점이다.

독일의 HDW사가 설계한 8,000TEU급 선박제원을 보면 선장은 오덴스 조선의 7,000TEU급 선박 326m와 거의 같은 325m인 반면 선폭은 46m로 7,000TEU급 선박의 42.8m보다 광폭화되고 있다.

이는 8,000TEU급 선박의 수용여부가 안벽크레인(C/C)의 빔(beam)이 50m이상 되는가의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아웃리치(Outreach)가 53m이상되는 안벽크레인이 이미 약 50여대 이상 주문된 것을 볼때 최근 건설되는 터미널은 8,000TEU급 이상 선박기항에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네델란드의 ECT는 년간처리능력 200만~250만TEU 규모의 DDW(Delta Dedicated West) 터미널을 건설하면서 8,000TEU급 선박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8,000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 기항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터미널 안벽에서의 장비조건이 이와 같이 개선됨과 동시에, 터미널 야드작업 및 배후지역과의 연계수송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8,000TEU급 초대형 선박 기항시 양적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야드에서의 무인 이송 시스템이 파이롯트 시스템으로 함부르크 항만에서 테스트되고 있으며, 효율적인 컨테이너 야적방식, 터미널내 이송방식, 무인장비의 핵심제어기술에 대해 각국은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로텔담항과 싱가폴, 영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을 이미 성공적으로 개장했거나, 개장을 위한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이와같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8,0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이 기항할 경우 현재 터미널에서 평균 시간당 120~150개를 처리하고 있는데 비해, 시간당 약 330개를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안벽, 야드 등의 터미널 하역방식의 새로운 기술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동시작업 안벽크레인 대수(300m 선박의 경우 최대 동시작업 대수 : 5~6대)를 늘리고 크레인의 방식을 더블 트롤리 등으로 개선할 경우 시간당 안벽 하역 생산성은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

다만 2배 이상의 안벽 하역 물동량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야드내 작업에 뒷받침 될 수 있는가가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기항에 관건이 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컨테이너 야드의 이송 및 적재, 그리고 반출입에 대한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야드 이송장비, 야드 크레인의 기계적 성능향상 곧 이송경로 최적화, 야드블록 구획, 계획등 고생산성의 터미널 야드 설계 및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12,000TEU급 이상 15,000TEU 선박이 취항할 경우에는 해상운송 패턴과 항만에 미치는 영향에서 8,000TEU급 선박과는 또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 P&O사의 Mclellan에 의하면 15,000TEU급 선박 제원을 선장 400m, 선폭 69m, 18만 마력엔진(Payer박사는 19만 마력엔진 제시)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선박제원이라면 첫째 선폭 확대에 따른 선측하역 시스템의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며, 둘째 15,000TEU의 대량화물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항만체류 시간이 기존 5,000~6,000의 2배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Round Voyage에 필요한 선단의 소요척수(5,000TEU급의 경우 9척)를 늘리지 않기 위해서는 기항항만을 최단거리로, 그리고 기항 항만수를 대폭 축소시켜야 하는 해상운송 구조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드 모니(De Monie)는 15,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동서간 최단 항로에 취항하고 각 취항항만에서 남북간 항로의 선박(250~6,000TEU)에 전량 환적(T/S)되는 해상운송 구조를 제시하였다. 드 모니는 15,000TEU급 선박이 기항하는 항만수를 4개로 보고 북미서안, 북미동안, 지중해, 동남아시아의 항만으로 구성되는 동서항로 운송망을 제시하였고, 미국의 국립항만 수로연구소의 아사르(Ashar)는 파나마운하 확장을 전제로 하여 동서세계일주항로(Equatorial Round the World Service)를 제시하면서 기항 항만수를 북미서안, 북미동안, 지중해, 인도양, 동남아, 극동 등 6개 정도를 포함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기항항만은 순 환적항(Pure Transshipment Port)의 기능을 갖으며, 여기에서 피더선으로 남북간 연계운송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15,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취항하게 되면 기존의 육지항만으로는 환적에 따른 비용부담과, 체항시간 증가로 비경제적이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그 대안으로 부유식 해상항만에 의한 Ship-to-Ship 이송체제의 혁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선회장의 반경이 800m를 상회하기 때문에 기존 항만의 확장으로는 수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15,000TEU급 모선과 6,000TEU급 등 피더선 2~3척이 동시에 부유식 해상항만에 접안하여 Bridge Crane에 의해 직접 선박간 화물이동을 하는 방식으로, 기존 하역방식에 비해 환적시간과 단위당 환적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초대형선 취항에 따른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대안이다.

결론적으로 21세기 항만경쟁력은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출현에 대비한 터미널에서의 하역시스템 생산성과 터미널에서 배후지역간의 이송생산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현재보다 하역생산성이 2~3배이상 획기적으로 개선된 새로운 개념의 항만하역 시스템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히 1998년 이후 해양수산부와 과학기술부의 지원에 의해 「첨단 항만 핵심기술 개발 사업」이 국가 중점연구 과제로 선정되어 기술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차세대형 하역시스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자동화터미널 이외에도 항만하역시스템 기술개발을 위한 정부, 학계, 업계, 연구소 들의 공동연구 개발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15,000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 약10년후에 출현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 항만이 이들 초대형선이 기항할 수 있는 초대형 중심항만(Mega hub-port)의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부유식 대형해상 구조물을 이용한 첨단해상 항만건설의 핵심기술 개발 사업을 하루 속히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