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항만정책 재조정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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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정부 항만정책 재조정 돼야

우리나라의 중심항만 육성정책은 항만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1991년 항만법 개정에 따른 1994년 제1차 전국항만기본계획 수립시 “부산항과 광양항을 2대 컨테이너처리 중심항만(two port system)으로 개발”토록 함으로써 중심항만 육성정책이 시작되었다. 2001년의 제2차 항만기본계획에서도 동북아 중심항만육성을 양항체제로 수립하였다. 그러나 제2차 기본계획수정계획(2006년)에서 물동량예측에 의한 트리거룰의 도입 및 적용으로 중심항만 육성 양항체제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항별로 항만개발시기와 규모를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중심항만이라는 용어보다는 허브항만, 동북아허브항만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모두 중심항만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심항만, 허브항만은 환적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입항선박의 컨테이너 물동량 중 70%이상의 환적비율 갖는 항만을 글로벌 허브(global hub)항이라 한다. 부산항의 환적비율이 35-37%정도이므로 항만기본계획, 또는 신항만건설 기본계획상의 허브항 육성정책은 이와 같은 국제적 통용기준을 목표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국내컨테이너 항만에 대한 중심항만 개념은 보다 현실적인 중심항만 개념으로 원양항로의 모선이 입항하는 항만, 환적화물을 유치하는 항만, 주 간선항로상 위치한 항만으로 육성대상 대형항만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 컨테이너항만 개발에 대해 선택과 집중에 대한 논의도 있으며, 광양항, 인천신항, 새만금신항, 울산, 포항, 동해항 개발로 컨테이너 선석의 과잉개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는 트리거(trigger) 룰을 적용하여 이와 같은 과잉개발을 방지하려 하고 있다. 트리거 룰은 물동량 감소 등 항만기본계획 수립 이후 발생하는 여건 변화에 탄력적 대응을 하기 위해 항만수요예측센터의 물동량 예측점검 결과와 연동하여 대상 사업의 준공시기를 검토·역산하여 단계별 추진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향후 10년간 우리나라 항만개발, 운영의 최상위 계획인 제3차 항만개발 기본계획이 2009년 3월에 시작되어 2010년말에 확정 고시할 계획으로 있다. 이미 2009년 5월에 2009년 중장기 컨테이너 물동량 예측조사에서 부산항 11%, 광양항 57%, 인천항 32%감소할 것으로 발표하였다. 이 예측조사결과는 2010년초 예측조사와 함께 3차 기본계획상 항만별 컨테이너 부두개발계획에 반영, 개발규모와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최근의 금융위기에 의한 경기침체 물동량 감소를 반영하여, 3차 기본계획에서는 항만개발계획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항만개발계획시 동북아 허브항 육성 정책이 매우 중요한 계획이나 이 정책이 재조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동북아 허브항 육성의 기본 근간은 중국 환적화물을 유치하여 항만배후부지에서 고용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이러한 정책이 유효하여 부산, 광양항은 일본도 부러워하는 동북아 환적항만으로 성장하였다.

문제는 일부 물량 급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크게 증가하던 중국환적 물량의 증가세 둔화되고 있어 2003년 이후 최근까지 연간 약 500만TEU 대로 정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북중국 항만들이 항만개발을 크게 늘려, 선박의 직기항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 일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1만 TEU이상 초대형선이 기항할 경우 동북아 지역의 해상물류의 변화이다. 12,000 TEU 초대형선이 입항할 경우 약 2,000개 이상의 피더운송물량을 양적하해야 한다. 환적비용은 대부분 피더운송비용이며, 피더운송비용은 피더선 운송거리의 함수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초대형선들이 부산항 기항 대신에 북중국의 청도항, 천진항, 대련항, 위해항, 연태항 등과 더욱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 항만으로 이전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북중국 항만의 물동량을 환적할 경우 총비용 기준으로 부산/광양항은 상해항에 비해 각각 16%, 11%의 비용이 더 들게 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부산항이나 광양항보다 총비용에서 유리한 상해항을 북중국 항만의 환적기지로 활용하던가 아니면 북중국 항만 중의 한 곳에 직기항하여 나머지 북중국 항만에 피더운송을 하는 방법을 택하려 할 것이다.

이 점이 부산/광양항을 육성하여 중국 환적화물을 유치한다는 허브항 정책의 전환 필요성이 있는 이유이다. 특히 중국과 유럽/지중해방면의 화물흐름에서는 부산/광양항은 주 간선항로상에서 벗어나 있게 된다. 오히려 우리의 구주항로 화물이 중국항만에서 역 환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에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중국/구주항로상에서 주간선항로에서 제외되어 있고, 일본/유럽 화물의 많은 부분이 홍콩, 부산, 싱가포르에서 역 환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한가지는 물동량 예측과 트리거 룰에 의한 항만개발계획으로는 미래 지향적 해운항만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항만개발 계획이 물동량실적을 감안한 예측물동량 규모도 중요하지만,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 요인도 중요한 의사결정 요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시급히 요구되는 정책적 판단은 2011년 이후에 12,000TEU 급 초대형선이 200척 정도 동북아시아 수역을 운항하게 되는데, 이들 초대형선이 상해항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북중국 환적 전용기지를 개발하는 일이다.

북중국 화물 환적기지로 북중국 항만과 가장 인접해 있는 인천항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천항은 원양항로를 다니는 대형선이 취항하기에 수출입물동량 규모가 적으며, 또한 주 기간항로(main trunk line)상에서 크게 이로(deviation)하여 위치해 있어 추가적인 운항시간 및 운항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극동에서 북미, 유럽간 원양선박의 기항지로는 부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초대형선의 피더운송물량 증가와 그에 따른 피더운송비를 감안할 때 만약 피더운송비 절감이 모선이로 비용의 증가를 상쇄할 수 있다면 모선기항지로 가능할 수 있다.

분석결과 인천항은 모선이로 비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북중국항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피더운송비가 절감되어 모선이로 비용과 피더운송비용을 합한 총비용으로 보면 부산항, 광양항, 상해항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항에서 북중국항만으로 환적할 경우 상해항보다 총비용 기준으로 5.4%가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놓고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에서도 초대형선 입항시 수도권 응답자들은 인천신항을, 그리고 비수도권 응답자들은 상해항을 가장 높게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형선의 한국내 기항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의 동북아 물류중심기지 구축을 위한 양항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인천신항을 초대형 컨테이너선 전용터미널로 건설하여 북중국 항만 환적전용기지로 개발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기존 양항 중심항만정책을 3대 항만체제로 조정하고 부산항과 광양항은 청도이남 항만 환적기지로, 그리고 인천항은 청도 이북 북중국항만 환적기지로 그 기능을 재 정립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인 동북아 허브항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신항은 이미 하부공사가 초대형선 입항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하여 진행되고 있어 항로 깊이, 안벽전면수심이 확보 될 수 있다. 남은 것은 상부시설 운영업체를 초대형선 운영업체로 선정하는 일이다. 인천신항을 초대형컨테이너선 전용항만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초대형 선사(mega-carrier)나 글로벌 터미널 운영업체를 물색하는 일을 남겨두고 있다. 외국의 대형 선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인천시, 정부 항만당국 등에서 각별한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인천항의 북중국 환적전용기지화 타당성에 대한 논의를 항만정책 담당자나 국내화주, 선주, 항만운영사들과도 심도있게 진행해야 할 것이며, 또한 북중국 항만 당국 및 주요 동북아 선주, 화주와 함께, 초대형선사,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들과도 컨퍼런스 등을 통해 이 논의를 교감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