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영토’ 확장에 정부가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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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물류영토’ 확장에 정부가 나서자

얼마 전 아르헨티나에 여의도의 70배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땅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30년 전인 1978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남미에 농업이민을 위해 구매했다고 한다. 농업의 해외진출을 시도한 국가의 미래를 내다본 혜안이 돋보인다.

오늘 날 기업들은 가장 싼 곳에서 생산하고 소비자가 가장 많은 곳에서 판매한다. 따라서 생산지와 판매지 사이를 원활하게 연결시켜 주는 활동이 가장 필수적이며, 이 물류활동이 곧 제품의 가격과 서비스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즉 경제가 더욱 글로벌화, 세계화 될수록 기업 경쟁력은 생산•판매 활동보다는 물류경쟁력에 의해 좌우 된다는 것이. 그래서 요즘엔 글로벌 물류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세계적인 물류기업의 경쟁력은 산업 특성상 철도, 도로, 항만, 항만배후지 등과 같은 물류관련 사회간접자본을 얼만큼 활용하고, 통제 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과 관련이 깊다. 이 주도권 싸움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도이치포스트월드넷(DPWN)은 2005년 세계 2위 글로벌 물류기업인 영국의 엑셀(Excel) 사를 인수! 해 매출액 기준으로 일본의 일본통운을 제치고 세계 1위의 물류기업이 되었다. DPWN사는 DHL, 도이치포스트 등의 회사로 구성된 그룹으로, 정부소유 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실질적인 국영회사다. 세계 3위의 물류기업인 쉥커(Schenker)도 독일의 국영철도 물류기업인 도이치반(Deutsche Bahn)이 소유주 이다. 또 4, 5위인 아랍에미레이트의 디피월드와 중국의 COSCO도 정부 소유기업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 아직 세계적인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내세울만한 기업이 없다. 한진 해운과 현대상선이 해상 운송 부문에서 9위와 18위, 터미널 운영부문에서 8위 15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물류의 특성상 지역별 물류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선점이 이루어진 후에는 더 이상 그 지역에서 물류의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가 없게 된다. 따라서 민간기업에게만 해외물류 SOC 투자를 맡겨둘 사안이 아니다. 특히 앞으로 물동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멕시코 항만이나 파나마 운하, 중국•베트남 등의 항만과 항만 배후단지,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아프리카 등의 항만과 철도, 도로, 그리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의 물류시설에 장! 기적 안목을 갖고 적극 투자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국내물류에 국한되어 있는 국가물류계획을 해외물류투자를 포함한 국가국제물류계획으로 확대하여 수립해야 한다. 덧붙여, 항만은 터미널뿐만 아니라 배후지의 땅도 장기적으로 소유,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해외 물류시설을 적절히 운영할 적합한 인력을 적극 육성해 함께 진출한다면, 해외물류시설 확보는 곧 물류영토를 확장하는 셈이 될 것이다. 30년 전 농업이민을 생각했듯, 이젠 물류영토의 확장과 더불어 물류이민을 적극 추진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