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칼럼(136)/세계해운산업 뉴 노멀인가, 경기순환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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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칼럼(136)/세계해운산업 뉴 노멀인가, 경기순환 중인가?

2016년 들면서 세계 해운산업은 뉴 노멀(new normal)의 격랑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뉴 노멀이라는 말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 부상한 새로운 경제질서를 일컫는 말로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고위험, 짧은 호황 긴 불황 등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제가 구조적인 변화를 거치고 있는 가운데 그에 파생된 세계 해운산업도 뉴 노멀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추세가 선박금융 조달의 제약, 선박 자산가치 하락, 해상운송 수요증가의 변화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해외 선박 브로커 들은 여러 종류의 선박금융이 향후 수년간 매우 제약될 것으로 보고 있다. SnP 선박 브로커사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올 들어 기업공개가 추진 된 것은 단 1건밖에 없다고 한다.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특히 2018년 시행 예정인 국제회계기준 개정안(IFRS 9)은 금융상품의 손상을 적시적으로 인식하도록 개선한 것으로, 금융상품의 미래 예상손실을 반영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IFRS 9가 발효되면 전반적으로 신용도가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이자도 올라가고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진국, 개도국 모두 시장에서 부채를 정리해서(deleveraging) 사업을 축소하고 적게 만들어 나가는 추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즉 선박금융이라는 부채를 끌어들여 이를 통해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는 사업에 많은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신조선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고,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가하락은 조선소 건조능력 과잉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엔화가 2012년 달러당 76엔에서 현재 111엔까지 절하되었고, 중국 조선소들도 위안화 평가절하로 더욱 낮은 선가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소들도 구조조정의 와중에 있어 선가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선박금융의 제약으로 신조선 활동도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중고선가의 상한선 역할을 하는 신조선가가 하락하면서 중고선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산업이 서비스와 소비경제로 이전되고 있어, 세계 GDP 성장률은 과거처럼 해상물동량 수요를 창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세계 해상교역량 증가율이 GDP 성장률보다 보통 2배 이상 높았던 공식이 깨졌다. 2015년에는 세계경제성장률(IMF)3.1%이나 세계교역량 증가율은 2.8%(WTO)에 불과했고, 2016년에도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세계경제성장률이 3.2%이지만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2.8%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추세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세계 해운산업이 꽤 오래 직면해야 할 뉴 노멀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특히 세 번째 요인은 경제발전과 무역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현상으로 보며, 아웃소싱과 글로벌 생산 소비의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는 것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만약에 이러한 해운산업 디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일부에서 제기하듯이 해운, 조선산업은 이제 사양산업이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첫 번째와 두 번째 추세는 세계경제가 호전되어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산업생산 및 소비가 늘어나면 이러한 문제는 모두 해결 될 수도 있다. 특히 세 번째 현상을 두고도 영국의 경제학자 개빈 데이비스는 최근 수십 년간 세계 경제성장의 주요 원동력이었던 세계 무역 증가세가 힘을 잃은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 구조적인 변화가 아닌가 지적하고 있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 대 폴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30년간 세계화를 이끈 많은 요인처럼 경제 성장률과 무역 증가율의 관계도 바뀌고 있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주장하고 있다.

과거 해운경기 변동을 역사적으로 살펴보아도 선가와 해상운임의 하방경직성이 지속되는 경우는 없다. 저점에서는 회복되고 고점에서는 다시 붕괴되는 경기주기(cycle)를 그리면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해운, 조선산업을 경기순환산업이라고 말하는 근거이다.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이 현재 불황에 놓여 있지만, 세계경제가 호전되면 가장 먼저 시황이 개선되고 호황을 맞을 유망한 산업인 것이다. 따라서 시황이 회복하면 해운과 조선업의 외형을 축소한 나라만 손해 볼 것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우리나라 무역, 항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중한 수송 인프라이다. 두 해운회사 모두 생존시켜, 해운 얼라이언스에 모두 포함되어야 우리 무역회사들이 안정된 수송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우리 항만이 북적일 것이다. 둘 중에 한 회사 정도는 법정관리로 보내도 되지 않을까하는 섣부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이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기업들이 기댈 전 세계 수송인프라 한 개를 없애 버리는 것이다. 다만, 어쩔 수 없다면 2개의 외항선사를 합병해서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업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상선 건조분야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2015년 중국의 조선수주가 46%까지 줄어들었을 때에도 우리나라 조선소의 신조선 수주는 전년 수준을 유지하였다. 여전히 상선 건조분야에서는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업 역시 경기순환산업이어서 세계 경제와 해운산업이 개선되면 신조선 발주가 또 봇물 터지듯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기왕에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으로 세계 조선시장을 다시 주도할 수 있는 것이다. 30년 전 일본 조선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외형을 줄였을 때 우리나라가 그 외형을 가져와 세계 1위의 조선산업을 구축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일본이 후회하고 있는 산업정책이다. 아직 경쟁력이 있는 조선업의 외형을 줄이는 구조조정은 결국 그 외형을 중국에 넘겨주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는 해운, 조선산업의 현재만을 보지만, 경험이 많은 해운사와 조선소는 과거 주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그리고 국제경제의 이해와 최신의 정보를 토대로 경기 싸이클 전체를 내다보고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2018, 2019년에 가서 세계 해운경기가 폭등하고 신조선 발주가 밀려들어오는데, 이미 선사는 파산시켰고, 조선소 도크를 없애 버렸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이 메시지는 분명히 전하고 싶다. “몇 년 만 더 버티면 해운, 조선경기 반드시 회복한다. 구조조정은 몇 년간 더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외형을 크게 줄이는 구조조정은 피해야 할 것이다.”[한국해운신문, 2016년 5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