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칼럼(138)/한국해운세제학회 발족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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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칼럼(138)/한국해운세제학회 발족에 거는 기대

최근 외항 해운사를 대상으로 한 해운업 구조조정과정 하나 하나가 주요 일간지에 해운관련기사로 장식하고 있다. 일반국민은 물론 자원을 배분하는 정책담당자들에게, 해운업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경제부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질문을 받는 것이 국적 외항선사가 없으면 외국 선사를 이용하면 될 것이 아닌가요?” 하는 것이다. 국적선사 대신 외국적 선사의 서비스에 의존할 경우, 해운경기가 호전되어 수송할 선박공간이 부족하게 되면, 수출입 수송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낮아진다. 이로 인해 해상물류비와 재고비용 급증으로 우리기업의 수출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부산항을 북중국화물의 환적기지로 삼는 고정적인 선사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해, 부산항 항만물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질문은 “2대 외항선사 중 하나만 있으면 되지 않나요?“. 세계적인 외항해운업체로 성장한다는 것은 국제적 명성과 브랜드가 없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해외 각 지역의 화주를 확보하고, 글로벌 수송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문인력에 체화된 노하우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한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외항해운업 한 개를 키운다는 것은 마치 글로벌 금융, 법률, 디자인, 컨설팅 등 글로벌 지식기반서비스업체를 만드는 일만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인 것이다. 단순한 수송업체 한 곳이 아닌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는 많은 노력을 많이 해왔다고 하겠지만, 이와 같은 간단한 내용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스스로 자랑 한다면 귀 기울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제 부터라도 해운의 외연(外緣)을 넓히는 일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해운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해운업을 이해하고 해운업의 경제파급을 주창할 수 있는 폭 넓은 외곽 층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엊그제 이와 같은 외연을 넓히는 학회 하나가 발족되어 기대를 갖게 한다.

620일 해운세제에 관한 법률, 회계, 정책과 관련된 연구를 통해 해운세제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국해운세제학회가 창립되었다. 소위 선박왕 사건이라 불리는 시도상선의 역외탈세 재판에 참여하면서 해운업의 특수성을 이해한 변호사, 법조계 교수들과 한국선주협회가 중심이 되어 발족시켰다.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경종 변호사는 학회설립에 이어 이어진 세미나 발표에서 해운업은 국제적으로 거의 완전한 자유경쟁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편의치적제도와 해운소득에 대한 면세 등 여러 가지 특수성을 갖고 국제 경쟁을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해운기업이 취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우리나라에서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소위 선박왕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정부나 사정당국은 해운업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고, 해운기업의 특수한 경영지배구조를 탈세를 위한 도구로 간주하여 형사처벌과 아울러 엄청난 금액의 과세를 하는 안이한 인식을 보여 주었다.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선박왕 사건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갖는 중요한 의미로 대법원이 해운업의 해외 지배구조의 관행과 특수성을 인정한 점이라고 하고 있다. 대법원이 선박의 편의치적, 다단계 출자구조, 주식의 명의신탁 및 특수목적법인의 설립 등은 해상운송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선박 자체에 한정시키기 위한 해운업계의 관행으로 보이는 점,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여 단계적인 출자구조를 만들고, 그 주식을 명의신탁한 행위가 조세를 포탈하기 위한 적극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선박왕 사건은 편의치적선에 대하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조법)상의 특정외국법인세를 적용한 첫 사례이다. 해외 자회사의 소득을 모회사의 소득에 합산하여 일반 법인세의 세율로 과세하게 되면 편의치적선의 조세혜택이 모두 사라질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적선보다도 높은 세율에 의한 세금을 내게 된다.

또한 편의치적회사에 유보된 소득은 대출금융기관이 관리하면서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하는 재원으로, 금융기관과의 대출금지 약정에 의하여 배당이 금지되어 있는 소득이므로 선주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이 아니다. 그런데 이 소득에 대하여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하고 강제징수한다면 우리나라 회사는 더 이상 편의치적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결과가 된다. 왜냐하면 대출금융기관이 우리나라 회사가 편의치적국에 설립하는 회사에 대하여는 더 이상 대출해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의 특정외국법인세제와 유사한 조세피난처대책세제제도를 도입하여, 해외에 적을 가지고 있는 편의치적선에 대하여 과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조세특별조치법에서 압축기장, 고속감가상각(정률법), 특별상각(초년도 최대 18% 특별상각 인정), 특별수선충당금 등의 제도를 두어 선주를 보호하고 있으며, 해외자회사에서 얻은 수익을 일본의 모회사에 배당으로 송금하여도 조세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점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미국은 자국 일자리 창출목적으로 외국기지회사 해운소득을 합산과세대상 유보소득으로부터 제외하고 있다.

법조인이 나서 선박왕의 해운기업 형태는 국제경쟁력이 있는 경영지배구조라고 강조하고 있다. 해운기업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하여 기업간의 횡적단절을 시도하고 있고, 다단계 지배구조와 주식의 명의신탁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금융기관이 특수목적법인의 수익에 대하여 배당을 금지하고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오히려 수익을 선주업에 계속하여 재투자하여 온 결과 세계적인 선주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해운인들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법조인이 풀었을 뿐 만 아니라, 편의치적 등 드러내 놓고 말하기 힘들었던 문제를 이 학회를 통해 연구해서 국제기준에 맞는 논리를 만들어가자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해운정책에 관한 많은 사안들이 세제, 관세 등과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세금을 회피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변명으로 일관해오던 편의치적선 세제, 특정외국법인세제를 해운업에 적용시 선주보호 장치에 대한 연구, 감가상각기간 단축, 압축기장 허용 등 지원세제, 그리고 정부의 처분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톤 세제, 등록세 특례 일몰제 등을 연구 아젠다로 올려 이들 법조인들과 함께 연구하여, 현 해운관련 세제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법률개정안, 해운업 국제관행 및 국제 표준에 맞는 정책제언 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큰 기대를 걸게 한다.[한국해운신문, 2016년 6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