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동맹 재편땐 한국 산업 전분야 타격…5大 쟁점 이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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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해운동맹 재편땐 한국 산업 전분야 타격…5大 쟁점 이슈는

해운동맹 재편땐 한국 산업 전분야 타격…5大 쟁점 이슈는

  • 매일경제신문 정욱,윤진호,이승윤 기자
  • 입력 : 2016.04.25 16:55:40
“글로벌 해운동맹이 기존 4개에서 3개로 축소개편되면서 국내 해운, 항만, 물류 전 분야가 영향이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운동맹 재편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의 목소리에는 긴박함이 묻어났다. 세계 해운선사들이 빠르게 합종연횡을 하면서 자율협약 수순 밟기에 들어간 한국 국적 선사들이 자칫 ‘왕따’를 당할 위험성이 커져서다.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국적선사가 퇴출될 경우의 영향은 해운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부산항 컨테이너 물량의 절반가량은 환적 화물이다. 국적선사가 없다면 굳이 상해와 동경에 항구가 있는데 부산항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항만 관련 인력뿐만 아니라 배후단지의 물류창고, 공장까지도 텅텅 비게 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다.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재편과 관련된 5대 쟁점을 정리했다. # 1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화물 환적 상하이 뺏길 판…한국 부산항 왕따

해운동맹이 재편된다고 해도 기존에 있던 한국 국적선사 둘이 모두 글로벌 동맹에 포함된다면 항만의 부두 순서를 조금 바꿔주는 정도의 미세조정만으로도 대응이 가능하다. 정부가 25일 긴급히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의 국내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은 한국 국적선사 둘 중 1곳 이상이 글로벌 해운동맹에 포함되지 못하는 비상 상황을 가정하고 정부가 대응방안을 짜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2개 선사가 모두 포함되는 것이 좋지만 1곳만 포함될 경우, 그리고 최악의 상황때는 2곳 모두 글로벌 해운동맹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를 가정해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짜야하는 상황이 닥쳤다는 얘기다.

김영석 장관은 25일 회의에서 “작년 12월, 올해2월의 기업인수합병에 이어 지난 20일에 범중화권 오션 얼라이언스 출범, 21일 독일 하팍로이드가 UASC 합병추진 등 세계 해운업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기존 해운동맹이 축소개편될 경우 환적화물을 유치하기 위한 각국 주요항만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산, 광양항도 시장 상황변화에 따르면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세밀하게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은 “지금까지 한국 항만은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기 때문에 거꾸로 항만 물동량이 줄어들 경우의 피해효과는 기존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적화물이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관련 항만 종사자들의 일자리, 기업 부가가치 등이 한꺼번에 축소되는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양창호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도 “한진해운, 현대상선 둘다 글로벌 해운동맹에 참여하지 못하면 컨테이너선이 부산에 굳이 들어올 이유가 없다. 환적할 배들이 중국 상해로 다 몰려가면 항구와, 항구 뒤 배후단지까지 텅텅비는 엄청난 충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2 해운동맹 퇴출시 경제적 손실은?

국적해운사들이 양대 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액만 연 1조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한국선주협회에서는 “양대 국적사의 얼라이언스 퇴출은 한국 경제에 최대 연간 163억달러(약 1조8759억원)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대표적인 네트워크 비즈니스인데 국적선사가 해운동맹에서 배제되면 한국 해운업 자체가 고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양대 국적 해운사가 지금까지 원양 국제 운송을 통해 벌어들어온 매출이 모두 사라질 수 밖에 없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국내와 해외에서 73억달러 매출을 올렸으며 현대상선도 5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두회사를 합해 128억달러의 직접적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셈이다.

여기에 양대 국적사의 원양 운송 사업이 사라지면서 국내 항만들 역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선주협회는 양대 국적사의 얼라이언스 퇴출로 원양 국제 운송이 사라지면 터미널 운영사의 수입이 약 8억달러가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또 국내 수출입 업체들 역시 국적 해운사의 부재에 따른 협상력 약화로 추가적인 물류 비용 증가를 견뎌야 한다. 이렇게 늘어나는 비용만 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외에도 부산항만공사 등의 손실을 포함한 각종 부대 손실이 약 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점쳐졌다. 원양 국제운송 물량이 사라지고 이에 따라 부산항 등이 환적항만으로써 기능 등을 상실하게 됨에 따라 기존 환적 물류 역시 일본이나 중국 등으로 이동할 수 박에 없다. 선주협회에서는 국적 외항해운업계의 수입 감소도 18억346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이들 산업의 직접적인 영향이 불러올 고용 감소 및 구조조정이 불러올 2차 후폭풍은 현재 추산도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해운관련 종사자만 29만명에 달한다. 또 국내 수출입 화물의 99.7%(2014년 기준)이 바다를 통해서 운송되고 있다. 또한 원유·LNG·철광석 등의 물자 등은 100% 해상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국적사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 3 한국 정부와 선박업계 대안은

국적선사가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위험에 처한 가운데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뒀나’라는 의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날 “지난 수년간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막상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기 전까지는 채권단이나 금융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과도한 지원은 기업자구노력을 해치거나 WTO 제소사항이 될 수 있겠지만 글로벌 해운동맹 퇴출을 막기 위한 정책적 지원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과 채권단의 자구노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가능한 정책지원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있다.

이날 긴급대책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도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국적선사들이 충분히 지금까지 역할을 해왔고 미주항로 중심으로 경쟁력이 있다”며 “해운동맹 재편과정에 국적선사가 참여하기 위해 좀 더 신속하게 정부 지원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해운동맹에 포함돼야만 선사들이 지속적인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협의과정을 돕기 위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양창호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오랜 불황의 영향으로 투자가 위축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글로벌 선사들이 선호할 1만8000TEU 이상급 선박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조선사업과 연계해 지금이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선박발주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대 국적선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1개 해운동맹으로 포함될 경우 시나리오는 어떻게 가져갈지도 정부는 검토중이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은 “2개 국적선사가 1개 해운동맹에 들어간 사례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함께 동맹을 맺을 외국 선사들의 호불호도 중요해 이를 고려해 선사들이 전략을 짜야할 것”이라며 “우리 화주들이 국내선사 2곳을 경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하나밖에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지 시장구조도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 4 법정관리가면 동맹가입 불가능?

유동성 위기에 빠진 양대 해운사가 법정관리를 피해야하는 명분으로 줄곧 제기된 논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논리에 대해선 해운업계 내부에서조차도 이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다. 과연 계약상 법정관리에 대한 부분이 있는지 여부때문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얼라이언스 계약상 한 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다른 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선사를 탈퇴시킬 권리가 생긴다”며 “법적인 강제성은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버티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즉 한진해운이 속한 CKYHE의 경우 내규상으로도 법정관리에 대한 부분이 명시돼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다수의 얼라이언스는 법정관리 상황을 가정해놓고 있진 않지만, 한 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얼라이언스 내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짜여져 있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이사는 “법정관리 상태는 모든 채권이 동결된다는 것을 뜻한다”며 “용선료도 지불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 경우 용선을 용선주에게 되돌려줘야한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는 이어 “결국 얼라이언스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선박 중 대다수가 용선이다. 얼라이언스 계약상 처리해야하는 선복량을 처리하지 못하게 돼 스스로 계약을 파기하게 되는 것이다. 조 이사는 “벌크선의 경우 단기계약 위주라 법정관리에 가더라도 영업을 하는게 가능하지만 한진해운처럼 정기선은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글로벌 해운동맹은 새로운 형태가 예정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확고히 자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아예 새롭게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거나 다른 연합체에 들어가야하고, 현대상선은 기존에 속해있는 얼라이언스를 지켜야 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게되면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영업력과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신호다. 즉 새로운 해운동맹에 가입하기가 어렵고, 가까스로 가입하더라도 상당히 불리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한 선사가 문제가 있으면 다른 얼라이언스 멤버들도 영업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법정관리 상황은 그러한 상황이 너무 뻔하게 예단되는 상황인데 얼라이언스 멤버로 받아들이겠느냐”고 설명했다. # 5 왜 동맹 재편되고 있나

글로벌 해운동맹이 크게 재편되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해운업계 불황 속에서 무너진 해운사가 속속 나와 인수합병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운동맹 대변혁의 중심에 서 있는 얼라이언스는 역시 중국 선사가 주도한 오션얼라이언스다. 오션 얼라이언스는 중국 본토와 중국계 선사들이 힘을 합쳤고, 유럽계 유력 선사도 여기에 힘을 보태 탄생한 해운동맹으로 내년초부터 활동을 개시한다.

오션얼라이언스엔 코스코(COSCO)와 에버그린, OOCL 등 중국계 선사들을 주축으로 3위 선사인 CMA-CGM이 가세했다. CMA-CGM은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APL(기존 G6)까지 끌고들어오고, 중동의 O3 소속이던 UASC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1169척(592만 7599TEU)에 달해 규모 측면에선 규모 측면에서는 1위 선사 머스크와 2위 MSC가 뭉친 2M(1085척, 570만 7535TEU)을 뛰어넘어선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얼라이언스는 한진해운이 속한 CKYHE다. 이 연합에 속해있던 2개의 거대선사 코스코와 에버그린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CKYHE에는 100여척을 보유한 한진해운과 양밍, 60여척을 보유한 케이라인만 남게돼 경쟁력을 잃어 해체될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CKYHE 소속 해운사들은 새로운 해운동맹 물색에 나서고있고, G6에 포함돼있던 해운사들은 연합을 공고히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2M과 오션얼라이언스를 제외한 선사들끼리 모두 합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동맹재편 과정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줄곧 법정관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 해운사들도 한국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국적선사도 결국 해운업 불황 속에서 무너진 해운사가 돼 글로벌 해운동맹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도권을 잃고 휩쓸릴 가능성이 커졌다.

[정욱 기자 / 윤진호 기자 / 이승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