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남북협력하면 해양대국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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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바다에서 남북협력하면 해양대국 될 수 있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양창호 원장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북이 바다를 통해 경제협력을 하거나 공동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과 북이 하나로 연결된 바다의 환경과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개발한다면 물류와 해양자원에서는 세계 1위, 그 외 다른 분야에서도 10위권 안에 드는 해양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운분야 전문가인 양 원장은 산업연구원과 KMI에서 30년 넘게 연구활동을 해왔다. 2016년 8월부터 KMI원장을 맡아왔다.

15일 KMI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그를 만나 해양수산 분야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행사는 KMI가 '독도사전' 개정증보판을 발간한 것을 기념한 학술심포지엄이었다. 양 원장은 "독도사전 개정증보판 발간을 계기로 내년에는 영문판을 만들어 국제기구와 외국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라며 "독도사전에는 일본 사료가 많이 포함돼 있어 과거 일본이 독도를 한국 땅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세계인이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독도사전 개정증보판 발간했는데

KMI는 독도 관련 용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표기법을 통일해 독도 관련 정보소통의 사회적 혼란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2011년 독도사전을 발간했다.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도사전 초판의 내용을 보완해 개정증보판을 발행하고 이를 기념해 심포지엄 행사를 갖게 됐다. 개정증보판 발간을 계기로 영문판과 일본어판 발간을 추진해 나가려 한다.

독도사전 안에는 일본 사료가 많이 들어있다. 과거 일본 스스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독도사전 한글판은 대사관과 코트라 등 해외 주재 우리나라 기관에만 보냈는데 영문판이 나오면 유엔 등 국제기구과 외국기관에도 배포할 예정이다. 일본 사료에서도 독도를 한국 땅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세계인들이 알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해운경기는 어떻게 전망하나. 전통적인 순환주기에서 벗어났다는 지적도 있는데

200~300년 해운경기를 돌아보면 언제나 사이클이 있어왔다. 짧게는 3년 만에 회복되기도 하지만 길게는 20년까지 불황이 이어진 적도 있다. 현재 해운산업의 불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됐다고 보면 11년 정도다. 해운산업이 사양산업으로 들어섰다기보다는 경기순환의 한 과정에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세계 7대 교역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하곤 모두 중요한 선사들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대국을 지향하는 우리 입장에서 해운은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다. 불황이 좀 길어지더라도 기다리면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해운기업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방식으로 해운동맹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어려울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해운기업의 고객은 화주다. 해상운송을 통해 화주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글로벌 공급사슬관리(SCM) 파트너로서 화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상선이 최근 20여척의 초대형선을 발주했는데 다시 원양선사로 도약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막상 초대형선을 발주하고 나니 'THE Alliance'나 '2M', 'Ocean Alliance' 등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현대상선에 같이하자는 요청을 보내오고 있다. 다만 늘어난 선박을 활용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화물 마케팅 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 조선업 전망은 어떤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최근 수주가 늘어나면서 조선 경기가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20년부터 친환경 선박연료를 의무화한 'IMO(국제해사기구)' 규제로 신규발주가 늘어날 것을 고려하면 가장 어려운 시기는 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3개사에 2개사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이다. 사실 3사 체제의 강점이 있었다. 조선업은 해운업의 후방산업이다. 세계경제가 조금 좋아진다고 하면 해운산업은 더 좋아지고, 조선업은 그 이상 좋아진다. 3개사가 그대로 유지되면 수익을 다 가져올 수 있지만 2개사면 그만큼 이익이 줄어들지 않겠나. 우리나라 조선업이 세계 1위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과거 일본이 시황이 나빠지고 인건비가 오르자 조선업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조선업을 축소하면 중국이 1위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행인 것은 1곳을 없앤 것이 아니라 2개를 합쳐서 규모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조선업의 기본은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규모를 어느 정도 유지한 것은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항만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인프라 측면에서 선박 대형화에 따른 증심, 스마트항만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부산항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2-4/5/6단계 개발사업을 빨리 진행하고 제2신항 개발도 빨리 확정해 추진해야 한다.

항만인프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항만배후지 개발이다. 항만에서 처리하는 많은 물동량을 활용해 항만배후지에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항만정책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많은 나라들이 그렇게 한다. 화물을 환적해 다른 배에 실어주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로 검사를 한다든가, 다지인 포장을 한다든가 새로운 부가가치 활동을 통해 화주의 경쟁력을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항만배후지의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항만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일자리도 생긴다.

■4차 산업혁명이 해양수산 분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해운분야에서는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기술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그동안 화물중개인이 화주를 선박회사와 연계시켜 줬었는데 이제 해운회사가 불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을 만들어 화주로부터 직접 화물을 의뢰받아 수송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화주가 선사에게 의존하게 된다. 우리 선사들이 빨리 플랫폼을 개발하지 못하면 먼저 개발한 외국선사들에게 화주를 다 빼앗길 수도 있다. KMI와 삼성SDS 등이 공동으로 개발을 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기업인 머스크의 플랫폼에 비하면 아직 많이 떨어진다. 다만 우리는 IT 강국으로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정책적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항만분야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무인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중국 등 경쟁국들에 비해 항만경쟁력이 뒤쳐질 수밖에 없다.

수산분야에서도 양식업에 센서와 통신 등 첨단기술이 들어가는데 우리는 아직 시작단계다. 해양생물자원을 활용한 의약품이나 식품 개발 등 해양바이오 분야도 뒤쳐져 있다. 보다 많은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해양수산 현황은 어떤가. 남북경협으로 해양수산 분야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

남북이 바다를 통해 경제협력을 하거나 어떤 공동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바다가 나뉘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우선 해안환경을 보면 북한의 동해안은 거의 손대지 않은 자연해안이다. 자연이 잘 보존됐다고도 할 수 있지만 자연재해에 취약한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공동으로 동해안 침수 현황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관광을 많이 육성하는데 접근성에서 본다면 내륙보다 해양관광을 먼저 시작할 수 있다. 남에서 북으로 갔다가 러시아와 일본으로 돌아오는 환동해 크루즈 관광은 북한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농업보다 더 중요한 게 수산이다. 식량이나 단백질 공급면에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의 선박이나 어구가 낙후돼 어획은 당장 쉽지 않다. 대신 내수면양식은 어렵지 않다. 철갑상어나 메기양식 등에서 우리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북한에 9개의 무역항이 있는데 아직 하역능력은 낮은 편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북한의 무역항 개선사업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작년에 KMI에서 해양수산 분야 남북경협사업 80개를 발굴했는데 여건이 되면 하나씩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남북이 바다에서 공동협력하면 해양자원이나 물류 부분에서 세계 1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 또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 5위, 적어도 10위에 들어갈 수 있는 해양대국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KMI는 이를 위해 지난해 해양수산남북협력연구센터를 신설해 전담하도록 했다.

■올해 중점사업은 무엇인가.

'해양수산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항만이나 어촌, 섬 등이 모두 연안에 있다. 연안지역은 공간이나 자원 측면에서 잠재력이 크지만 아직 체계적인 접근은 부족하다. 연안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에 맞는 정책을 세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개발원은 각 지역 문제를 제일 잘 아는 시도연구원과 협약을 맺어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혁신성장 측면에서 해외 진출한 우리기업들의 물류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연구해 효과적인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2019년 3월 18일, 내일신문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