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運 재건, 소잃었어도 외양간 고칠 각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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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海運 재건, 소잃었어도 외양간 고칠 각오로

 

올해 5월부터 시작된 해운업 구조조정은 한진해운 사태를 촉발하면서 해운산업은 물론 수출입 화주(貨主)와 항만물류 등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부산에서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국적(國籍) 글로벌 해운사는 이제 현대상선 1개사만 남았고, 수송 능력도 종전의 40% 수준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해상운임이 폭등하고 그 피해는 주로 주오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원양항로 서비스를 신속히 확충해야만 무역 경쟁력 약화를 방지 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구조조정의 충격을 조기에 극복하고 중장기 산업발전을 위해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전문가와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해운조선금융무역의 협력을 구축하는 대책을 담고 있다.

우선 해운사가 배를 새로 발주할 때 지원해주는 정책자금을 13000억원에서 26000억원으로 두 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해운사 소유의 중고 선박을 사주고, 최초 구입 가격과의 차액을 메워주는 한국선박회사도 설립한다. 글로벌 해양펀드의 지원 범위도 해양자원 개발과 해양플랜트 투자에서 해운사의 터미널 매입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총 65000억원을 해운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안정적인 물동량 확보를 위한 선주화주 협력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선박과 터미널 등 해운 물류 인프라에 투자하는 정책펀드에 화주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해외 터미널을 확보하는 경우 수송의 안정화와 효율화로 수출입 지원이 강화될 수 있다. 또한 화물 운송 주선인과 선사의 해외 물류시설 공동투자는 시장 개척과 경쟁력 강화에 유리하다.

해운조선 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방향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해운조선 협력 네트워크의 신설은 산업의 공통분모를 크게 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 조선소의 선수금환급보증(R&G) 관련 애로가 해소되면 선사의 국내 발주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해양오염 방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후 선박의 조기 폐선을 유도하기로 한 것은 좋은 상생 모델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조기 폐선을 촉진하는 인센티브가 명시되지 않아 법제화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원책을 담아야 할 것이다.

해운산업이 국가 수출입의 기간산업으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양 서비스 수송 능력을 키워 우리 수출입 화주들이 부담하는 운임을 안정시키고, 초대형선과 연료 효율이 뛰어난 선박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구체화 할 수 있는 후속 절차도 이른 시일 안에 추진해야 한다.

한지해운 사태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나마 한 가지 확인된 것은 육로 수출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해운이 유일하게 무역 경쟁력을 지탱하는 수송 인프라라는 사실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하더라도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업과 정책 당국은 이번 대책이 단기 미봉책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운조선금융무역의 건전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10, 심지어 20년 이상 일관된 경쟁력 강화 정책을 꾸준히 펼쳐나가야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선일보, 2016년 11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