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칼럼(103)/재벌그룹 계열 물류회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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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칼럼(103)/재벌그룹 계열 물류회사의 과제

우리 시장과 대기업들이 물류서비스 전문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일까? 아니면 일감 몰아주기가 용이한 물류사업 만큼 재벌의 후계상속에 적합한 것이 없다는 것일까?” 최근 삼성SDS의 상장과 LG의 범한판토스 인수 진행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이 두 가지 뉴스의 공통점은 삼성과 LG라는 재벌그룹이 물류서비스 전문기업을 주력사업으로 상장하고, 물류기업을 인수한다는 것이지만, 그룹차원의 물류사업 물량을 대형하주 스스로가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비쳐진다.

지난 14일 삼성SDS의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인 시초가를 형성하면서 단번에 SK텔레콤, 네이버와 포스코를 뛰어넘는 기업순위 5-6위권 기업으로 도약하였다. 삼성SDSIT서비스와 물류가 양대 축이고, 특히 물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가 가파른 성장세로 SDS의 성장엔진이라 한다. 물류 BPO는 물류업무를 위탁 수행하는 사업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물류 통합 서비스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해외법인, 사무소 및 관계사와 대외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어서 2016년 매출액 4.2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상사도 종합 물류기업인 범한판토스를 연내 인수해 그룹차원에서 물류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한다. 범한판토스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해외 물류를 맡고 있는 범 LG계열 물류회사다. 범한판토스는 지난 30여년 간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주력 계열사의 해외 물류를 도맡아왔다. 현재 범한판토스 전체 매출의 60%가량이 LG 계열사 해외 물류에서 나오고 있다.

BPO, 즉 업무프로세스 아웃소싱은 기업 가치를 산출하는 핵심 역량에 자원을 집중시키고, 상대적으로 전문화되어 있지 않은 고객 관리, 재무 회계 등 일반 행정, 구매 업무, 물류업무 등을 아웃소싱 함으로써 기업 활동을 아웃소싱 하여 업무효율과 자원 활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즉 기업 활동 프로세스 중에 비 가치 활동과 낭비요소를 제거하여 가치창조, 즉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물류 BPO란 물류업무 즉 기업 내 로지스틱스 활동, 기업들 간의 공급사슬 활동에서 역시 비 가치 활동과 낭비요소를 제거하여 궁극적으로 기업의 최종제품이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갖게 만드는 일이다. 조직의 공급사슬 운영의 효율성을 최적화하고 극대화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한다. 주문 관리, 수요 계획, 보급 계획, 재고 관리, 배송 물류 및 회수 물류 지원을 비롯한 여러 기능의 서비스가 포함된다.

따라서 물류 BPO는 화주의 물류, SC를 최적화시켜줘, 하주업체가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는 곧 물류서비스 제공사의 최종 결과물이기도 한 것이다. 즉 제3자 물류서비스 제공자의 물류서비스 솔루션으로, 각 기업, 각 시장에 최적화된 물류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 물류 BPO는 제3자 물류서비스 업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 소위 2자 물류회사가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제3자 물류서비스 업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즉 삼성SDS나 범한판토스를 인수하는 LG상사가 물류 BPO를 성장엔진으로 삼는다는 것은 글로벌 물류서비스 제공자인 쿤네 나글(Khune+Nagel)과 같은 제3자 전문 물류서비스 제공자(Logistics Service Providers, LSPs)가 된다는 얘기인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우리나라의 제3자 물류서비스 제공자라 할 수 있는 업체는 CJ 대한통운, 한진 정도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대기업 그룹 계열 혹은 계열 군으로 분류되는 물류회사이다. 이들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모기업인 대량하주의 물량을 독점함으로써 외부 영업을 통해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전문 제3자 물류서비스 제공기업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SDS의 상장과 LG상사의 범한판토스 인수는 또다시 대기업 그룹들이 대놓고 자기 물류시장을 스스로 가져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들 대기업 그룹 계열 물류회사들이 안고 있는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룹 계열사인 대량하주의 물량에 의존해 물류서비스를 수행하고, 계열사에 대한 ITS 기반의 물류솔루션 구축, 판매 등 그룹 계열사의 사업이 주된 업무영역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룹 계열사인 대량하주의 글로벌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또한 이는 우리나라의 제3자 물류서비스 제공사들의 성장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영역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해도, 이렇게 쉽게 확보한 시장을 바탕으로 한 회사가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는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두 번째는 현재의 물류회사의 역량을 뛰어넘는 초일류 물류서비스 전문회사로 도약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제 우리의 그룹 계열 물류회사들이 현재의 계열사에 대한 물류솔루션 제공 능력뿐 아니라, 동시에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물류컨설팅, SCM 구성, 시장 수요예측, 현지시장 가용 자원조사, D/B구축 등 전문 물류서비스 제공자의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관련 기업 M&A, 물류 인프라 확보, 물류 인력 양성 등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재벌 계열 물류기업이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세계적인 물류전문서비스 제공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걸게 한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이 이들 한국의 세계적인 재벌계열회사의 물류서비스를 3라고 인정할 것인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연기금 같은 재원으로 우리나라의 한 물류전문기업이 해외 유수 물류기업의 인수합병은 물론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삼성SDS의 물류 BPO사업, 그리고 범한판토스등을 M&A하여 세계 2-3위권의 제3자 물류전문기업이 된다는 뉴스를 볼 날이 있을까?

이제 공은 물류사업을 한다는 이들의 주가를 올려준 시장에게 넘어갔다. 글로벌 물류 BPO를 표방하는 이들 재벌 계열 물류회사들이 쉽게 물류시장을 차지하는 것 이외에, 물류 전문인력 양성이나, 해외 물류인프라 투자 등 어떤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물류서비스 제공사(LSPs)로 성장하는지를 지켜보고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한국해운신문, 2014년 1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