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교수 칼럼/해운혁신과 선박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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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교수 칼럼/해운혁신과 선박금융

클락슨사에 의하면 2014-2023년까지 10년간 선박금융으로 해운산업에 투자되어야 할 자금 규모를 14천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중 유조선, 건화물선, 컨테이너선 등 전통적 해운 핵심선대의 대체와 성장에 필요한 선박금융이 7,600억 달러로 전체의 약 50%를 차지한다. 나머지 반의 투자는 LNG선과 크루즈선에 20%, 그리고 원유시추선 등의 해양설비분야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어디에서 조달할 수 있을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그동안 세계 선박금융의 중심지였던 유럽계 은행들이 금융위기 영향과 은행 자기자본 비율 규제로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해운시장에 대한 대출규모를 줄이고 있는 사이, 싱가포르가 선박금융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으며, 중국도 정부의 선박금융 지원 강화로 은행을 통한 대출규모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수년간 선박금융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해운업계에서 자본금 2조원의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요구했지만, 해양금융종합센터와 해운보증기구 설립으로 귀착됐다. 우리나라 선박금융을 전담해 온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3개 정책금융기관의 관련 부서들을 한군데로 모아 해양금융종합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금 규모가 5500억 원으로 해운보증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비록 만족할 만한 조직이나, 기금규모는 아니지만, 해운산업과 선박금융기관간의 협력모델을 시작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궁극적인 협력모델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보자.

노르웨이 해운 대기업인 BW Group사의 CEOHelmut Sohmen은 한 연설에서 금융인들이 해운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만 물어보기를 꺼린다며, “선박은 무엇인가?” 하고 자문한 바 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재무적 관점에서 선박은 운항될 때는 자산이고, 쉬고 있을 때는 부채이다. 따라서 선박에 대한 자금조달의 실제적인 의미는 선박 실물에 대한 것이 아니고, 현재와 잠재적인 선박운항이나, 운항계약에 대한 것이다. 특히 특정 선박이 특정항로에 특화되면 될수록, 시장이 하락하거나 상황이 변화할 때 대응해 나가기가 어렵게 된다.”

이는 선박의 가치, 즉 수익성을 따질 때 선박의 유연성과 운항효율성 우위에 의한 선박용선 잠재력이 가장 우선한다는 것이다. 즉 선박의 첨단, 에코 기술 혁신성과 운영의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운산업과 선박금융 산업이 이점을 이해한다면, 투자에 대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고, 동시에 해운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해운산업은 기술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 세계적인 해운경제학자인 Martin Stopford는 현재 해운이 필요로 하는 것은 Steve Jobs라고 했다. 애플사의 CEO였던 그는 시장을 이해하고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서 기업을 변화시킨 대표적인 인물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서 해운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비용을 절감해서 이익을 내고자 하던 방식뿐만 아니라, 연료 효율성이 높은 에코쉽 같은 기술적 우위를 위한 투자가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고 이를 선박금융기관과 공유해야 한다.

다음으로 시장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선박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해운주기 변동에서 볼 수 있듯이 거의 대부분 해운시장은 선박과잉상태에 놓여 있고, 고운임시기는 매우 예외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Martin Stopford는 성공적인 선주와 그렇지 못한 선주가 나누어지는 것은 해운 시장주기(Market cycle) 때문이라고 한다. 성공적인 선주는 시황이 좋거나 어렵거나 관계없이 모두 지속시킬 수 있는 선대와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운임이 좋고, 수익이 많이 날 때 이후를 대비하여 그 기회를 좀 더 잘 관리했기 때문이다. 즉 해운경기변동에 선행하는 의사결정으로 불황에 대비하는 경영전략을 세우고, 이를 통해 운항이익과 선박매각이익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물론 이런 투자의사결정은 선박금융기관과 파트너십을 통해 함께 수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금융기관도 경영 후진성이란 오명을 벗고 선진 금융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선박금융시장에 뛰어 드는 계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세계 1위의 조선국, 5위의 해운국으로 선박금융을 전문화 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선박을 담보로 한 해운보증이 선박금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호황기에 적극적인 대출, 불황기에 소극적 대출이란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선 해운업 수익분석에 기초한 선박금융이 이루어져야 한다. 에코 쉽 같은 혁신형 연료절감형 저 운항원가 선박에 대해 투자를 하고, 또 저선가 시기에 신조선을 건조하거나 중고선을 구입하는 저 자본비 선박에 대해 금융기관이 선사와 함께 투자해 나간다면, 해운경기 주기 변동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며 유지될 수 있는 선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당연히 이러한 선사의 경우 원가 우위에 의한 선박용선 잠재력이 커지고, 곧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금융기관은 선박금융뿐 만 아니라 이러한 선사의 회사채 보증을 통해 또 다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고도화된 해운금융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해운산업이 구제금융(救濟金融)을 구걸하는 듯한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금융고도화를 꾀하는 금융기관들이 선사들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선박금융, 해운금융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기관은 해운산업에 투자해 이익을 내는 금융고도화를 이룰 수 있고, 해운산업은 금융기관의 투자를 통해 혁신적인 선대구성과 해운경기 변동에도 끄떡없는 선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해운경기의 저점과 고점을 포함한 한 싸이클 전체를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해운불황 때에도 저렴한 원가구조를 갖춘 선대로 적자 최소화, 혹은 흑자를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한 선결 조건은 우선 선주나 선박운영사가 용선이나 선박투자를 할 때 군중심리나 직관에서 벗어나, 경험과 과학적인 기법으로 무장된 고도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해운업계에도, 그리고 선박금융업계에도 중요한 과제가 국제적인 용선업무, 선박매매업무, 선박발주업무 등 선박컨설팅 전문인력 양성일 것이다. 어학을 겸비한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해운경기변동, 선박매매 등 선박컨설팅, 선박금융을 모두 한 곳에서 가르치는 석,박사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쉬핑뉴스넷, 2014년 10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