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교수 칼럼/한·중항로 개방 논의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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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교수 칼럼/한·중항로 개방 논의 쟁점

·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한·중 개방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과 중국이 함께 관리하는 한·중항로 개방에 대한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중항로 개방논의의 쟁점이 무엇인지, 그 경제적 손익이 어떤지를 필자가 121일 평택대학교 환황해권 해양물류연구센터에서 발표한 워크숍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중 컨테이너항로는 인천, 평택과 상해 이북지역에 위치한 북중국항만에 대해 한·중 해운회담을 통해 양국선사에게 같은 수의 항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해오고 있다. 2002년 회담에서 한·중 항로의 안정화를 위해 민간협의체 간 자율적인 항로관리 체제를 도입하였다. 기본원칙은 한·중 양측이 동등하게 선박을 투입하는 것으로 척수를 규제하고 있다. 항로 관리는 황해정기선사협의회가 하고 있으며, 자율규제가 어려울 때는 정부에서도 개입하기도 한다.

논의의 핵심은 한·FTA 체결로 한·중간 무역규모가 더욱 증가하게 될 경우, ·중 해운은 항공을 제외한다면 한·중 교역을 지원하는 유일한 운송수단인데, ·중항로가 개방되지 않아 수송능력이 제한받고, 이로 인해 수도권 화주들의 물류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닌가하는 점이다. 특히 한·중 카페리선사가 취항하는 인천, 평택항의 경우 컨테이너 신규항로 개설이 어려운 점이 이러한 우려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중항로의 현 상태를 보면 한·중항로 관리에도 불구하고 운항선복이 부족하기 보다는 오히려 과잉상태라 할 수 있다. 20146월 기준 인천-북중국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의 소석률은 57%, 카페리선사의 소석률은 52% 수준에 불과하다. 2010년 이후 컨테이너선의 평균 소석률로 보아도 60%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항권을 가지고 있는데도 투입되지 않는 선박이 현재 14척 정도 있으며, 중국선사가 10, 국적선사가 4척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중 항로 관리의 필요성을 본다면 안정적 정기선 서비스 발전으로 양국 교역을 뒷받침해주는 공공성을 들 수 있다. 고용 및 지역발전에 기여를 하고 있는 카페리산업의 특수성도 정책적 고려사항이다. 그리고 원양 정기선 선사들은 적자를 보이며 큰 혼란 속에 빠져 있는 것과 달리, ·중 항로 선사들은 상대적으로 큰 적자 없이 어려운 시절을 버티어 내고 있는 것을 보아도 한·중 항로 관리 정책이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중항로 개방시기와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5년 이내 개방을 찬성하는 전문가의 응답이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빨라야 5년 이후부터 단계적인 항로개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한·FTA는 한·중간 교역물동량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선복을 증대시키고, 항로빈도 등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면, ·중항로의 개방과 직결된 문제로 보기 어렵다.

·일항로의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일항로는 수출입 불균형, 과당 경쟁에 따른 저운임이 가장 큰 문제이다. 1995년부터 10년간 총 물동량은 3.5배인 약 287teu로 확대했지만, 수송 점유율 90%를 쥐고 중국 선사 간 집하 경쟁은 계속되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격화된 이유는 중국 지방에서 신흥 선사가 등장하여 대거 신규 참여하였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중·일항로에서 20%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중국의 국영 선사 SYMS(산동성 연태 국제해운)2008년에 파산하였다. 이에 중국 교통부가 20069월 중·일항로의 컨테이너 배선 회사에 대해 제로 운임, 마이너스 운임과 같은 과도한 덤핑운임을 금지하는 국제 컨테이너선 운임 신고 실시 법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1년이 되지 않아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덤핑 영업이 다시 부활 해 중·일무역의 대표항로인 상하이 항로의 운임은 조치 이전 수준이 되고 말았다. 즉 중국 국적의 선사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그들의 운임 조정기구를 만들고 운임을 적정범위이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효한 조치를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일항로 사례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중·일간 물동량은 항로 개방과 관계없이 양국간 교역량 증가에 따라 꾸준히 증가해 온 점이다. 두 번째는 개방에 따른 선복량과 운임의 변화에 대한 시사점이다. 새로운 정기선사를 신규진입 증가와 함께 기존 선사들도 선복량을 대폭 증가하면서 선복 과잉현상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과도한 저가경쟁을 초래하였다. 세 번째는 과도한 저가운임 경쟁에 따른 시장의 재편과 관련한 시사점이다. 과도한 저가운임경쟁에 따라 처음 중·일항로를 장악했던 일본의 중소형 선사들은 결국 항로 운영을 포기하게 되었다.

·중 배선 수를 제한하고 있는 한중항로 관리정책이 폐지되어 개방되면, 폐지시기 및 경과 조치 등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중·일항로의 경우처럼 중국선사들의 제로운임 같은 운임 덤핑을 할 경우 우리나라 선사들이 한·중 해상운송시장에서 모두 철수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한·중항로 개방으로 중국 지방선사들이 부산을 거쳐 한·일 항로에 진입 하는 등 한일항로에도 무제한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역시 한·일항로 취항 국적선사들이 대거 철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 경우 한·중항로 및 한·일항로에서 운항중인 우리나라 선사의 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당 분 중국선사에게 거의 넘어 갈 수도 있다. 해운시황이 어려웠던 2011-13년간 3년간을 기준으로 해도 한·, ·일항로에 취항하는 우리나라 9개 선사의 평균 매출액은 35,050억원에 이르며, 영업이익은 1,155억에 이른다.

·중항로 개방에 따른 경제적인 이득은 인천항과 평택당진항의 항만 하역업, 수상운송업의 매출액 증대, 연계 산업의 생산, 부가가치, 취업의 증가 유발 효과 등이다. 산업연관분석에 의한 한·중항로 개방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장기적으로 보아도 연간 900억 원의 생산, 3729,400만 원의 부가가치, 649명의 취업유발효과 정도이다.

따라서 한·중항로 개방 논의는 한·일항로를 포함하여 동북아 해상운송 질서와 관련되는 것으로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한·중항로 개방 논의가 인천항, 평택당진항의 입장에서 보느냐, 국적선사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쟁점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항로 관리정책의 장점이 있다 해도, 항로개방에 따른 화주의 이익, 즉 항로연계성의 증대, 빈도수의 증가 같은 서비스 개선에 노력을 해야 그 당위성이 지지 받을 수 있다. [쉬핑뉴스넷, 2014년 1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