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구조조정, 경제 발목 잡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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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해운 구조조정, 경제 발목 잡지 말아야

한 해 평균 460만 개의 20피트 컨테이너를 세계로 수송하는 한진해운 선박이 모두 멈춰 설 모양이다. 유례가 없는 수송 차질로 세계의 화주가 고민에 빠졌다. 세계 주요 항만과 터미널, 협력업체들이 회생과 청산의 갈림길에 선 한진해운을 믿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국내 피해만도 엄청나다.

 우선 한진해운의 운송중단으로 수출운임이 크게 올랐다. 아시아에서 북미와 유럽으로 수송하는 운임이 각각 51%, 36% 올라 올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급등세는 완화되겠지만 화주의 추가 부담은 연간 4,4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무역협회가 집계한 수출품 납기 지연 피해 사례는 119500억 원규모이다. 만약 이로 인해 수출 거래가 끊기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 회생절차개시 일주일 만에 발생한 일이다. 특히 부산항은 제3국간 화물을 환적 함으로써 큰 수입을 내고 있던 터라 물동량이 감소되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우리 원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육상 및 해상직원과 조선업, 협력업체 등에서 13,000개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 항만, 조선 산업이 지역 핵심 산업인 부산과 경남지역 일자리 손실이 가장 크다.

지난 해 한진해운이 수송한 20피트컨테이너 가운데 국내 화물이 188만개, 외국간 화물이 272만개이다. 법정관리로 최소 80% 정도의 화물은 외국선사로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국적선사들의 물동량 흡수가 제한적이라는 의미이다.

지난 해 77천억 원에 이르는 한진해운의 매출액 가운데 서비스 수출액은 6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한진해운의 서비스 중단으로 국가 서비스 수지 적자가 23조 원으로 적자 폭이 35%나 커지게 된다.

지난 해 우리나라 기업과 국민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연간 증가액은 72조 원이다. 한진해운의 연간 부가가치 창출액은 해운부문 8,800억 원, 항만부문 1,150억 원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약 1조 원의 부가가치를 잃게 된다. 게다가 운송 차질로 제조업 수출까지 영향을 받게 되면 정책 당국의 고민은 더욱 커진다. 저성장 국면의 한국 경제에 성장률 둔화 이벤트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중대한 서비스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이 사전 준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무책임한 의사결정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지금부터라도 국가 경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주길 기대한다. 한진해운은 자생적 의지를 채권단과 정부에 보이고 회생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항만 사용료와 주요 운하의 통항료를 확보하고 화주를 설득하여 영업을 재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가장 큰 고객인 중국 화주의 피해를 줄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선박이 압류되지 않고 운항할 수 있도록 추가 현금을 확보하고 채권자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 기업의 회생 노력에 채권단도 가능한 방법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선박 운송 중단이 물류대란으로 확산되는 등의 국가적 비상사태를 경험한 만큼 법정관리 중이라도 지원 플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문제는 임시방편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급한 불은 꺼야 하지만 그 이후의 회생가능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금번에 해운산업의 국민경제적 파급력을 경험한 만큼 해운산업을 새롭게 인식하고 중장기적인 비전을 재정립해야 한다. 해운산업 구조조정은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이해득실을 따져 결정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매일경제신문, 2016년 9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