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칼럼(114)/도시첨단물류단지(e-Logis Town) 조성 정책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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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칼럼(114)/도시첨단물류단지(e-Logis Town) 조성 정책을 환영한다

국토교통부는 6일 대통령 주재 제3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물류인프라 규제개혁방안을 발표했다. 도시 내 물류거점인 도시첨단물류단지(e-Logis Town)를 조성해 온라인 기반의 생활물류 인프라를 개선해 나가려는 취지이다. 특히 동일부지에 물류·유통·첨단산업이 한꺼번에 들어설 수 있게 관련 산업의 융·복합을 허용한 점이 눈에 띈다.

최근 글로벌 e-Market이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경쟁도 심화되고 있고, 모바일 쇼핑, SNS 등 새로운 방식의 유통이 확산되면서 소량·다빈도의 B2C(기업-소비자간) 물류시장이 급성장 추세이나,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도시물류인프라가 부족해 불법, 영세시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도시 외곽에 물류단지가 있어 배송기간과 비용을 줄이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또한 도시에 산재한 기존 물류·유통시설이 낙후돼 주민 기피시설화 되고 있어, 이러한 지역 중 일부의 개발 제한을 풀어 도시첨단물류단지 부지로 조성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일반 물류터미널 34곳과 공구상가·농수산시장·자동차부품단지 등 124개의 도시유통시설 가운데 5곳을 지자체와 협의해 시범단지로 내년 6월 확정 고시한다는 계획이다.

현 정부에서 물류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밝힌 것은 20148월에 물류산업을 7대 서비스 유망산업에 포함시킨 일이다.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소프트웨어산업처럼 물류산업을 중점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는 중요한 분야로 인식한 정책이다. 물류산업을 산업경쟁력 강화, 국부창출에 기여하는 신 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지속가능한 산업의 기반을 만들어 글로벌 물류강국 달성을 현 정부의 방침으로 세운 것이다.

큰 틀의 정책은 세워졌지만 물류산업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후속조치들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국토교통부의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을 통한 생활물류 인프라 개선대책은 기다려온 일단의 후속 대책의 하나로 환영할 만하다.

특히 산업간 융합을 통한 경쟁력강화라는 세계적 기업들의 추세에 따라 가도록 한 이번 정부의 물류산업 대책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첨단물류인프라를 기반으로 산업간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은 IT, 물류, 유통, 제조를 포괄한 융·복합 기업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게임제작 같은 소프트웨어 역량은 IT 기업을 위협할 정도이다. 또한 융·복합 기업이라는 면에서 이들 기업들의 시발점은 무엇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아마존은 도서유통을 통해 성장했지만 구글 못지않은 IT 역량, 그리고 애플 못지않은 제조 역량을 보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 상하이자유무역지대에 물류창고를 확보하여 중국내 진출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번 시책에는 물류기업들이 단일부지에 물류·유통·첨단산업이 한꺼번에 들어설 수 있게 융·복합을 허용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물류시설용지(터미널·창고)와 상류시설용지(대규모점포·도매시장), 지원시설용지(주거·문화·의료·복지)로 구분돼 용지별로 입주대상 시설이 제한됐는데, 앞으로는 같은 부지 안에 들어설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지하에는 택배업체나 인터넷·모바일쇼핑몰의 물류시설이 입주하고 지상에는 상가, 사무실, 전시장, 연구개발(R&D)센터 등이 들어서게 한다. 특히 주거와 첨단산업 융합을 허용해 부지 안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건축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는 것이다.

획기적인 정책적 변화이다. 마치 2-30년 전 세운상가와 같은 곳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곳에 가면 신기한 것도 구경할 수 있고, 여러 곳의 부품을 사 모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었고, 질 좋고 값싼 제품이 유통되었던 곳이면서, 상가 위 아파트에서는 소규모 R&D와 주거가 함께 이루어졌던 곳이다.

이번 대책은 물류시설과 함께 관련 산업이 함께 들어설 수 있도록 하드웨어적인 조치이다. 이제 남은 것은 세운상가 같은 관련 산업의 융·복합 서식지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소프트적인 정책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값싼 공간과 연구개발 지원, 그리고 오래 참고 일관된 정책을 펴고 기다리는 배려가 있어야 이런 서식지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이번 정부의 물류활성화를 위한 인프라투자 및 운영방안 개선이 국내에 한정되어 있는 점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물류강국을 만들어 물류기업을 제조 및 무역기업 만큼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도록 만들고, 해외로 진출하는 인력도 창출해 나가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산업부는 금년 1월 정부업무보고에서 한·FTA 발효에 대비해 중국의 주요 권역에 중소기업 전용매장을 3개에서 올해 5개로 확대하고, 현지 대형유통망과 로컬 유통망을 연계해 우리 제품의 중국시장 유통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FTA 플랫폼을 활용해 우리나라를 중국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 거점, 3국 기업의 중국향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라 한다. 이를 위해 R&D, 창업, 물류, 문화콘텐츠, 금융 등의 분야에서 이미 구축한 인프라와 FTA 플랫폼 효과를 연계하겠다고 하였다.

비록 산업부의 유통 및 물류 정책이 중국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물류의 글로벌 특성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시각의 물류정책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이러한 글로벌 물류산업정책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제 무역대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물류산업은 국내에 머물고 있는 듯한 상황을 정부가 나서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수도권 도심에 물류센터를 설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주요국 항만 및 배후물류단지를 확보하거나, 공항에 화물터미널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국내 물류회사들이 지금보다 더 싸고, 더 빠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다. 물론 이런 투자는 기본적으로 민간 물류기업이 기업가 정신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겠지만, 글로벌 물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선행적인 정부의 투자도 정책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운신문, 2015년 5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