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교수 칼럼/학생들 선원은 위험한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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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교수 칼럼/학생들 선원은 위험한 직업이다.

우리나라 내항해운은 국내 총 해상수송물량의 10%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물류수송의 한 축을 이루어 우리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최근에는 친환경 저비용 교통수단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으며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에너지 효율도 높아 컨테이너 1개 수송 시 도로운송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1/5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중요한 교통수단인 내항해운의 젊은 선원 부족 현상은 이미 해운업계에서는 상황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는 지 오래이다. 외항해운처럼 외국 선원을 고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항선원의 임금은 외항선원 임금의 67% 수준으로 육상직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가 승선환경까지 열악하다. 젊은 선원들이 내항해운을 찾지 않게 되자, 내항해운에서 선원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내항상선은 50세 이상 선원 비중은 무려 76.3%에 이른다. 고령선원은 재해 발생 시 신속한 대응에 미숙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선박의 입출항이 잦고 도서지역에 여객과 생활필수품을 수송하는 여객선의 분포가 높은 내항해운의 안전관리 측면에서 선원의 고령화는 심각한 문제이다.

필자는 학부학생들 몇 명(김홍, 박현정, 연혜리)의 졸업논문을 준비시키면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통해 선원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도록 하였다. 또한 이 결과를 토대로 젊은 선원 부족현상에 대한 개선 방안을 강구해 보도록 했다. 여기 이 학생들의 설문 조사 결과를 요약하고 시사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당초 우리나라 해운업이 직면하고 있는 젊은 선원 부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젊은 선원부족 현황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준비 중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4월초에 실시하려던 설문조사는 잠정적으로 중단되었고, 이후 설문조사는 사고 한 달이 지난 5월 중순부터 실시되었다. 결국 설문조사는 세월호 사고로 인한 영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조사 대상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원이란 직업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당초 학생들에게 해운업이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것이고, 항만, 바다, 부두 등과 친숙해질 필요가 있음을 기본으로 삼은 것이다. 설문조사의 방식은 주로 대학에 견학 오는 학생, 그리고 직접 인근의 중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이루어졌다. 당초 계획했던 300명보다 조금 넘는 총 316명이 설문에 응답하였다.

첫 번째 설문 문항은 선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아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316명 중 83%262명의 학생들이 선원이란 직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54명은 선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선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중학생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선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응답이 높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조사 결과는 선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이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 직전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인해 이미 상당수의 학생들이 선원에 대해 인지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 문항은 선원이란 직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가?’ 라는 질문이었다. 316명의 학생들 중 79명의 학생만이 선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79명의 학생들 중에는 첫 번째 문항에서 아니오를 택한 학생 모두가 포함되는데, 이는 이미 선원에 대해 알고 있고 이에 나아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학생들과, 선원에 대해 알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얼마든지 선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학생들이 포함된 것이다.

반면, 선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총 237명으로 75%에 달했다. 이미 선원에 대해 알고 있지만, 선원이 하는 일은 무엇이며 그 중요성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지 않은 학생들과 원래도 선원에 대해 몰랐으며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은 학생들이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선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설문 문항은 선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이었다. 가장 많은 응답은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위험하기 때문으로 전체의 약 37%를 차지하였다. 18%를 차지한 전문적인 지식과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 9%를 차지한 일의 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기 때문’, 8%를 차지한 후생복지가 열악하기 때문의 순으로 응답되었다.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이번 세월호 사고로 인해 학생들이 선원에 대해 직업 특성상 위험하다는 인식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 내항해운에 대해서 외국선원 취업을 제한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선원이란 직업에 대한 학생들에 대한 비슷한 조사에서 가장 커다란 문제점으로 결론지은 것은 선원 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점이었다. 현장 노동의 고귀함, 숙련 노동의 보람, 대신하기 어려운 사명감 등을 어떻게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을까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본 조사의 취지도 이런 시각에서 출발했다. 즉 중고등학생들의 인식이 선원이란 직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관심이 없는 것이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조사 직전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인해 대다수의 학생들이 선원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으나, 오히려 선원직종이 위험한 것이라고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다는 인식이 더 큰 문제가 됨을 알 수 있었다.

선원, 특히 내항선원의 기존 부족 원인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 직업의 특성상 고도화된 전문성 요구, 선원에 대한 관심 결여와 인식 부족 등이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선원이 위험한 직종이며 이에 따라 더욱 더 알고 싶지 않다는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즉 선원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승선교육, 출장교육 PR 같은 단순히 기존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 뿐 만 아니라, 위험하다는 인식에 대한 개선 방안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우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육적인 방법을 통하여 해양 진취성과 글로벌 사회의 첨병,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전한 직종이라는 인식개선을 교육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동시에 해기사, 선원직종에 종사하는 당사자들이 직업에 대한 보람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재무장해야 하고, 해기사, 선원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부단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 [쉬핑뉴스넷, 2014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