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교수 칼럼/해운경영 실패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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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교수 칼럼/해운경영 실패요인

해운시황이 침체되었다고 왜 선주와 선박운영사의 경영이 파산으로 몰리는가? 파산 또는 경영 위기에 직면 한 운영선사들이 범했던 전형적인 실수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용선료, 혹은 신조선가, 중고선가 등 고정비에 대한 관리 실패이다. 특히 호황기에 높은 운임을 향유하기 위해 용선활동을 통해 선대를 급격히 확대했거나, 중고선 매입이나, 신조선 발주를 통해 선대를 확장한 경우 운임이 하락하면 높은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전문가가 경험이나, 시장의 흐름만 믿고 부정확한 분석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일이다. 세 번째는 선주들의 투자형태가 경쟁적으로 그리고 군집행동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첫 번째 선박을 소유하거나 운항하는 선박운영사의 경영파탄 요인은 정기용선이라는 해운 특유의 상관행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선사의 도산은 첫째 이 정기용선에 대한 지불채무 부담의 악화가 발단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팬오션의 경우 리먼 쇼크 전부터, 그리고 2010년 이후까지 선대의 확대를 추구했다. 이 회사는 벌크선이 호황이던 2007년부터 350척 규모이던 선대규모를 2011년까지 자사선박 100척 등 총 운항선박 500척까지 늘려, 세계 5대선사를 목표로 선대를 확장해 왔다. 경영 위기를 해결하는 운영자는 레버리지(leverage)에 맞는 안정적인 수익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어야 했다. 팬오션의 문제는 운항 선박 346척 가운데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249척의 정기용선 용선비용 지불 채무의 문제이었던 것이었다. 정기용선 위험을 방치한 결과가 아닌가하는 지적과 함께, 그 위험을 검토 했어야 한다는 반성이 나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전문가가 경험이나, 시장의 흐름만 믿고 부정확한 분석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일이다. 특히 시황이 호황일 때 장기적인 시황분석 없이 장기용선을 하거나 신조선을 건조하는 일, 그리고 시황이 불황일 때 유동자금 부족에 밀려 자본손실을 보면서 서둘러 선박을 매각하는 일 같은 것은 해운산업의 한 싸이클을 내다보지 못한 비전문가적인 의사결정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머스크 라인의 모그룹인 AP 몰러 머스크 그룹은 경기가 좋을 때 구조조정을 해서, 그 다음에 오는 불황의 골짜기에 대비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해운시황이 호조를 보였던 2008년에 이 회사는 글로벌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직개혁을 실행하였다. 당시 관리 체제의 합리화, 해외 위탁 업무의 공통 서비스 센터로의 전환, 업무의 간소화 현장의 권한 강화 등을 실시하였다.

세계 정기선 업계가 지난 3년간 총 25억 달러의 영업 손실을 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OOIL사는 순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우리나라의 한진해운, 현대상선, 유럽의 머스크, 하팍로이드, CMA CGM, 함부르크슈드, 중동의 ZIM, 남미의 CSAV, 싱가포르 NOL, 홍콩 OOCL, 대만의 에버그린, 양밍과 중국의 차이나쉬핑(CSCL)과 코스코그룹 등 14개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선사중 9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머스크,하팍로이드, CMA CGM, OOCL 4개사만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고, 영업이익을 거둔 4개사 중 유일하게 OOCL 1개사만 아시아선사로서는 흑자를 시현했다.

Drewry사가 분석한 홍콩의 OOCL사의 전략을 보면 두 가지 측면을 볼 수 있다. 첫째는 OOCL사의 소유 선대가 저렴한 원가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낮은 원가의 리스선박 보유, 선박대형화, 낮은 선령의 선대구성 등이 그 요인이다. 두 번째는 채무 원리금 상환 현금유출을 줄여나갔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세계 정기선 업계의 총 부채가 47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OOCL사는 시황이 비교적 양호한 2010년에 수익자산을 매각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나갈 수 있었고, 경기변동 사이클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군집행동에 의한 실패이다. 호황 때 대량 발주된 신조선은 인도시점에 시황이 하락국면에 있다면 공급과잉으로 시황침체를 가속화 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선박 신조발주가 선주들 간에 경쟁적으로 그리고 군집행동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동일하게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하거나, 동일하게 공격적인 투자의사결정을 하는 요인인 것이다.

2013년 신조선 발주량은 총 15,820dwt2012년의 세 배에 달했다. 2007년 이후 건화물선 선박량은 85%가 증가하였지만, 물동량은 32% 증가에 그쳐, 2013년 기준 30% 대의 공급과잉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대량의 신조발주가 2014년에도 이어지고 있어, 2015년 이후 시황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같은 신조선 발주는 주로 일본선사 등이 추진하는 반 순환적 투자를 추진하는 대체건조 수요, 화물은 기반으로 한 선박투자 등도 있었으나, 유럽 선주를 중심으로 한 투기적 발주도 한 몫을 차지하였다. Drewry사는 2013년의 신조선 붐은 경기 역행적(anti-cyclical) 판단에 따른 대체건조 수요와, 저선가의 매력에 따른 투기적 발주가 견인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시에 많은 선주들이 지금 같은 불황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은 앞으로 개선 될 것으로 보이는 해운시황에 대비해서, 선박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고 신조발주 한다는 얘기이다.

시장 참여자가 모두 신조발주에 함께 나선다면 어지간한 세계경제 호조로는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신조선 인도량을 감당해 낼 수가 없게 된다. 즉 수요에 비해 공급이 일시에 크게 늘어 공급과잉상태를 가져오는 것이다. 현재 장기불황 끝에 시황개선을 앞두고 있는데, 직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선박 일시 대량발주는 현재의 시황이 개선되지도 못한 채 불황국면을 연장시키는 커다란 악재가 될 수 있다.

해운기업이 지속가능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해운전문가에 의해 과학적 방법에 기초한 해운기업 경영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룹경영이란 미명(美名)하에 이루어지는 해운 의사결정은 자칫 아마추어적인 결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기용선과 신조선에 의한 레버리지 경영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똑 같은 의사결정을 하는 군중심리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면, 그 추세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진정한 전략적인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다. [쉬핑뉴스넷, 2014년 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