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교수 칼럼/해운보증기구에 달린 해운강국의 꿈
본문 바로가기

기고문

양창호 교수 칼럼/해운보증기구에 달린 해운강국의 꿈

선진국 등 많은 국가들이 자국 해운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하는 이유는 해운업이 국제물류, 항만, 조선, 철강, 기계, 선박금융, 무역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외화가득 및 직간접적인 고용효과가 큰 중요 수송인프라 이기 때문이다. 2012년 우리나라 해운산업 외화가득액은 321억 달러로 전체 서비스 산업의 외화가득액의 30%를 점유하였다.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다소 줄어들었으나, 금년 다시 300억 달러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운산업의 외화가득액 규모는 2012년 기준 우리나라 5대 주력산업(석유제품 567, 반도체 509, 자동차 423, 조선 382억 달러)과 견줄 수 있는 규모이다.

우리나라 국적 선사들은 해운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유동성 부족사태를 맞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선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선박, 연료절감형 선박 건조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사들은 유동성 위기 속에서 재작년 이후 신조선 발주를 한 척도 못하고 있는 선사들이 대부분이다.

다행히 정부가 해운업의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해운보증기구 설치방침을 결정하고, 해운사의 신규선박 발주 등을 지원하는 추진계획을 공식화했다. 올해 안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하여 가칭 한국해운보증이란 명칭으로 설립하게 될 이 기구는, 선사들의 신조선 발주나 중고선 매입 시 선가의 20-30%를 차지하는 후순위 투자에 대한 투자금의 회수보증과 불황기 구조조정대상 선박을 매입해 운영하는 선박은행(tonnage bank)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작년부터 해운보증기금 설치를 추진해왔고, 설립근거 마련을 위한 해운법 개정안도 의원입법으로 제출되어 있다. 그러나 산업간 형평성 문제, 정부의 손실보전에 따른 재정부담 등을 고려하여 해운산업 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별도법령의 제·개정 없이 현행 보험업법상 인가만으로도 설립이 가능한 보증보험회사 설립 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 기구의 기능과 재원규모, 분담에 대해서는 상세한 검토를 거칠 계획이라지만, 현재까지는 두 정책금융기관이 선 출자하고 내년부터는 정부예산과 민간재원도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해운보증기구는 당초 구상한 해운보증기금과 달리 자본금 조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실효성 있는 보증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 기구에는 선박은행 기능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기능을 수행할 만한 재원과 전문인력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관건이다. 다만, 정부 손실보전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여타 정책금융기관처럼 경영 부실로 인한 손실을 국민세금으로 계속 메워줘야 하는 구조적 문제는 없을 듯하다.

해운업을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산업이라는 시각만으로 우리 경제와 안보의 미래가 달린 바다를 통한 원활한 물자수송 인프라 구축이라는 해운산업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의 해운보증기구 설치 결정을 환영하며, 이 기구가 지독한 해운불황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우리의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금융정책 기구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현재는 선박을 담보로 한 해운보증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하여 회사채 보증을 포함하여 해운기업의 선제적 투자를 지원하는 고도화된 해운금융기관으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서울경제신문,시론, 2014. 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