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칼럼(34)/파나마운하 통항료 인상안 철회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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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칼럼(34)/파나마운하 통항료 인상안 철회 촉구

파나마운하 관리청(ACP)은 지난 4월 파나마운하 확장공사를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2012~2013년까지 2년간 운하 통항료를 15%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지난 달 당초 7월1일부터 시행을 예고했던 가격 인상 실시시기를, 3개월 연기하여 금년과 내년 10월 1일에 시행하겠다는 수정제안을 했다. 각국 선주 단체와 여러나라 정부의 항의를 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만 가격 인상폭에 대해서는 당초의 방안을 고수하고 있어, 각국 선주들은 실시시기를 몇 개월 연기하는 것으로는 전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아시아선주포럼(ASF), 국제해운회의소(ICS) 등은 최근 ACP가 해운업계의 반발을 받고 보류중인 2012-13년 파나마 운하 통항료 가격 인상에 대해, 인상안을 즉각 철회하고 운하 통항 가격 지침 방안을 해운업계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상계획을 10월로 연기한 수정 제안은 선사들의 요구 사항에 대한 답변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제안에 대해 깊이 실망을 하고 있다면서, ACP의 일방적인 대응을 비난하고 있다.

 

당초 2012년 4월에 발표한 파나마운하 통항료 인상 계획은 다소 무리하게 추진되었다. 올 7월 1일부터 인상하겠다는 안을 4월에 고지하는 것 자체가 인상계획이 매우 조급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운하 이해 관계자들이 매우 많은데 불과 몇 개월 안에 주요 선종을 대상으로 인상하려 한 것이다.

 

ACP는 새로운 요금 방안 발표 이후 한중일 3개국을 방문 하였는데, 각국 모두에서 통항료 요금인상안에 대해 인상시기의 부적절성, 인상 폭의 적절성, 통보에서 실시까지 너무 짧다는 등의 의견이 표출되었다. 이에 대해 ACP는 인상안 실시시기를 3개월 미루는 수정을 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인상폭에 대해서는 일부 선종을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 이외에는 바뀐 것이 없다. 컨테이너선과 냉동 컨테이너선, 여객선 분야는 제외하고, 일반화물선 건화물선, 화학제품전용선, LPG선, 로로(RO-RO)선 등에만 적용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 선사들이 주장한 해운업계가 곤경에 처해 있는 가운데 인상을 하는 것이라는 항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파나마운하 당국의 의견 수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한 곳은 한국선주협회와 일본선주협회, 양국 협회가 가입해 있는 아시아선주포럼. 국제해운회의소, 세계해운협의회(WSC) 등이다. 그리고 각국 정부수준의 새 통항요금에 대한 대응도 이루어졌다. 지난 4월 말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해운선진국회의(CSG 회의, 18개국)에서, 한국, 일본은 물론 그리스, 덴마크, 영국, 노르웨이 등도 운하통과료 인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정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지난 2000년 파나마운하 관리권이 미국에서 파나마로 이관된 이후, 파나마운하 관리청은 운하운영을 영리목적으로 전환한 이후, 운하 통항료를 지속적으로 인상하여 왔다. 특히 파나마 정부는 2007년 당시 2014년까지의 운하확장공사 52억 5,000만 달러에 이르는 총 공사비를 모두 통항료 인상을 통해 충당하기로 하고, 그 동안 운하통항료를 수차례 인상한 바 있다. 문제는 그 인상폭이다. 일본선주협회의 분석에 의하면 ACP는 2006년 연평균 3.5% 씩 장기 인상 방침을 발표한 바 있어, 이 방침에 따르면 2006년 대비 누적 가격 인상폭은 2011년 18.8%, 2012년 22.9% (벌크선 3만 6000 파나마 운하 톤의 경우)가 되어야 하지만, 실제는 각각 46.5%, 57.5%로 크게 인상되는 등 일방적인 가격 책정이 진행되고 있어 이번 기습 인상안에 대해서도 사용자 측은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통항료는 척당 평균 28,000달러(약 3,000만원)에 이른다.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다. ACP가 계획대로 통항료를 다시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 외항선사들은 연간 236억 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또한 일본 외항선사들도 추가 통항비용 부담액이 2012-13년에 총 8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우리 선주협회와 일본선주협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운시황이 지금과 같이 어려운 때에 통항료 인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파나마운하 당국은 파나마 운하 통과료를 인상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였다. 2000년 이후 선종별로 운하 이용수요에 따라 이용료를 차등 적용하면서 운임을 인상하였고, 2005년 5월에는 운항선사의 운송능력을 선박톤수에 따라 부과하던 방식을 teu 운송능력에 따라 부과하면서 컨테이너선 통과료가 이전보다 28% 이상 인상된 바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화물과 관계없이 선사별로 차등 요금을 부과하는 기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2007년 운하확장 발표 이후 ACP는 확장 공사 수익자 부담을 근거로, 운하확장에 수반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통항료 인상을 시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확장된 운하를 사용할 때 운하건설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확장되지도 않은 운하를 현재 통항하는 이용자에게 소위 ‘선불’ 비용으로 전가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다.

 

일방적이고 대폭적인 가격 인상은 해운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화주 및 소비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ACP는 장기적인 통항요금 인상 계획을 다양한 이용자들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 이유이다. 만약 지금처럼 일방적인 건설자금 선불 부담이 계속된다면 ACP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고, 그 인상안 철회를 주요국 정부 및 관련단체와 함께 강력하게 주장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인상안 철회촉구와 함께, ACP에 운하통과료의 일방적 인상에 대응할 수 있는 국제적 대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통항료 인상 반대 의견은 대안제시 보다는 인상안에 대해 좀 더 대화를 하자는 호소로 일관한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5년 초 파나마운하 확장공사가 완료될 때 이후의 장기적인 통항료 인상 및 통항료 요금구조(toll structure)를 검토하여, 운하 통항량이 증가하여 통항료 수입이 안정될 수 있는, 그래서 ACP와 운하이용자간 모두가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해운신문, 2012.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