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칼럼(32)/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 타결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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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칼럼(32)/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 타결 이후의 과제

6월 29일 화물연대와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와의 운송료 인상 합의안이 조합원 과반수 찬성을 얻어 가결되었다. 업무복귀가 결정되었고, 닷새 만에 집단 화물운송거부 사태는 종료되었다. 운임인상폭이 당초 화물연대가 요구했던 30%에서 크게 후퇴한 9.9%에서 결정되었으며, 2008년과 달리 집단 화물운송거부 사태의 피해규모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지난 2008년 이후 4년 만의 일이고. 2003년과 200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보통 화물연대 파업이란 표현을 쓰고 있지만, 참여자 대부분이 개인사업자들인 화물차주이기 때문에 집단 화물운송거부 사태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다.

 

집단 화물운송거부 사태는 생산차질과 수출입 수송지연에 따른 기업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치게 된다. 항만과 ICD파업으로 확산될 경우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정 큰 직접적인 피해는 수출입 화물의 수송 차질이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 사태 당시 부산항과 광양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이 크게 떨어졌던 경험이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당시 두 항만의 기능 저하에 따른 수출입 화물의 수송 차질액은 하루 2,185억 원으로 추정하였다.

 

올해 집단 화물운송거부 사태는 다행히 이와 같이 물류대란이 심각해지기 전에 화물연대와 운송업체들의 운송료 협상으로 타결되었으나, 다단계 운송을 포함한 국내 물류산업의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어 언제라도 운송거부 사태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 주된 요인이 우리나라 화물운송시장의 기형적 구조 때문이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입 업체가 대기업운송업체에 하청을 주고 이를 다시 중간 알선업체가 나서 화물차주들에게 전달하는 다단계 구조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단계 운송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출입 하주가 지불한 운임 중 40%나 중간단계 수수료로 빠지고, 실제 화물차주는 60% 만 받는데 있다. 그래도 경기가 좋고, 유가가 안정되어 있으면 이를 감내할 수 있지만, 유류비가 크게 올라 그 부담을 화물차주가 부담하게 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화물차주들이 유류비가 급격히 치솟았던 2008년에 이어 금년에도 집단 화물운송거부라는 수단을 택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화물운송시장의 다단계 하청구조와 대기업의 유류세 전가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지입제도가 비용부담을 화물차주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형 운송사들은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 대기업 하주로부터 받은 물량을 화물차주에게 넘기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후진적 형태의 다단계 운송구조의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에 제3자 물류서비스 제공자(3PL)기능을 수행하는 전문 화물운송회사가 클 수 있는 시장여건이 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운송화물의 대부분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이 거의 물류 자회사를 두고, 이 관계 물류자회사로 하여금 자기화물을 처리하기 때문에, 물류 전문기업이 대형화, 고도화, 전문화 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심지어 이들 대기업 운송물류 자회사들은 자기화물 운송을 다른 알선업체나 운송회사에 넘기고 수수료를 챙기는 일까지 하고 있어, 국내화물운송시장의 다단계 구조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은 어떤가? 수출입화물의 내륙운송을 포함한 범세계적 복합운송의 운송비 비중이 전체 물류비의 50-70%까지 차지하기 때문에, 운송비용에 대한 최적의 관리가 자사 제품의 국제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완제품은 물론, 부품 및 원재료의 경쟁력 있는 수송을 위해 제3자 물류서비스 제공자(3PL)에게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Penn State University, Panalpina사의 3PL 조사(Annual Third-Party Logistics Study)결과를 보면, 물류비용의 42%가 아웃소싱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소싱 중 많은 부분이 공급체인 컨설팅업무로, 이는 운송, 보관을 포함한 공급체인의 설계 및 실행을 위한 것으로 주로 비효율적인 부분을 식별하고 비용을 절감시켜주는 정교한 평가 툴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해외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도 현지 공급체인 설계 및 운영을 위해 대부분 세계 유수 제3자 물류서비스 기업에게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국내 운송시장에서는 전문 물류서비스 기업을 이용하기보다, 저마다의 물류자회를 통해 후진적인 다단계 운송행위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이 같은 다단계 운송시장을 조장하고 저가로 운송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처럼 집단 화물운송 거부사태를 자주 감내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물류기업육성에도 저해되는 요인이며, 동시에 이들 대기업의 공급체인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단계 운송의 또 다른 요인은 대형운송사나, 택배회사들이 자가 차량으로 운송하기보다 지입차주의 차량을 이용하고 있는 점이다. 정부는 2008년 12월 화물연대 파업이후 수탁화물에 대한 직접운송의무제 도입하기로 하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및 시행령을 2011년 6-8월에 통과 시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직접운송으로 인정하는 예외규정, 그리고 직접운송의무 비율이 낮게 결정되면서, 화물주선업계에서는 법 개정으로 오히려 다단계 거래를 증가시키고 지입 및 위·수탁 운영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상기 보고서에서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운송회사들이 소유한 화물차는 전체 화물차의 5%도 되지 않고, 여전히 대부분 지입 화물차주 형태로 운송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는 경기 침체 속에서 이루어져 참여율이 저조하여 큰 피해 없이 해결되었다. 그러나 화물차주들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는 해결이 된 것이 아니라, 운임인상이라는 미봉책으로 덮었을 뿐이다. 이제부터 관계 당국과 대기업 하주기업, 대형 운송사, 그리고 화물연대는 머리를 맛 대고 벌어 놓은 시간 동안 고질병 치료를 위한 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운송사는 직접운송으로 화물차주 지입을 운송사로 흡수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대기업은 2자 물류에서 벗어나, 물류 전문기업들과 파트너 쉽 구축을 통해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물류아웃소싱 구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도 직접운송의무 이행 인센티브 정책을 세우고, 동시에 운송전문업체가 규모화,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주-운송사 파트너 쉽 구축에 대한 지원정책도 시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해운신문, 2012,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