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교수 칼럼/해운경기 7년 주기(cy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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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교수 칼럼/해운경기 7년 주기(cycle)

금년 8월 중순까지의 발틱 건화물선 운임지수(BDI) 평균치가 1,099로 작년 평균치 1,205에 비해서는 낮지만, 금년 상반기 BDI 평균치는 1,179로 작년 상반기 평균치 842 보다 크게 높았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가을 이후 성수기에 건화물선 운임이 크게 상승하는 점을 고려해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금년 BDI 평균치가 작년 BDI 평균치 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황 전망에도 불구하고 리먼 사태 이후 장기 침체기를 겪고 있는 건화물선 시황 주기는 여전히 대세적 회복국면을 맞이했다고 볼 수 없다.

2014년은 선박투자자들이 리번 사태 이후 ‘7년만의 외출을 준비하고 있는 해처럼 보인다. 선박투자자들은 2013년에 17,400dwt의 선박을 발주하였고, 2014년에 들어서도 1분기에 이미 6,600dwt를 발주하였다. 특히 케이프사이즈 신조선 발주 잔량은 7월 말 기준으로 7,100dwt, 2015년에 2,440dwt, 2016년에 3,390dwt이 준공될 예정이다.

연간 3,000dwt 규모의 준공은 2008년의 리먼 쇼크 이전의 대량발주에 기인한 2011-12년의 인도량에 필적한다. 7년 전인 2007년에도 투자자들은 한 해 동안 27,300dwt의 선박을 발주하였고, 리먼 사태와 결부 되면서 그 결과는 시장의 장기 불황을 가져오는 주요인이 되었다.

어쨌든, 들뜬 마음으로 외출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인데, 과연 모든 사람들의 기대처럼 해운시황 주기(cycle)7년 만에 바뀔 수 있을까? 1660년대에 윌리암 페티(William Petty)는 옥수수 가격이 7년 주기로 변동하는 것을 알아냈으며, 마틴 스토포드(Martin Stopford)2차 대전 이후 해운주기는 평균 8년이라고 분석하였다. “지난 260년 이상의 해운시장 역사는 주기의 연속으로, 이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첫째, 해운주기는 확실히 존재하며, 둘째 해운산업에서 통념으로 갖고 있는 7년 주기는 통계에 입증되었다. 지난 50년을 기준으로 할 때 평균 해운 주기 기간은 8년이었기 때문이다.”

1947년부터 2007년 동안 총 8번의 건화물선 주기가 있었다. 정점은 평균 3.2, 그리고 침체는 평균 2.4년을 보였지만, 각 주기마다 형태나 진폭의 차이가 크다. 1988년부터 1997년간의 긴 구간의 정점도 있었고, 2003년 이후 2008년까지는 운임기록 역사상 최대 시황 폭등의 기간도 있었다. 그리고 2 개의 매우 심각한 경기 침체가 있었는데, 1958년에서 1964년까지, 그리고 1982년에서 1987년까지의 침체국면이었다. 특히 후자는 세기의 최악으로 기록된 1930년대의 대공황 침체에 버금가는 침체기간 이었다.

해운주기는 저점(trough), 회복(recovery), 정점(peak), 붕괴(collapse)4단계로 진행되며, 해운시장 메커니즘을 모형화 한 것이다. 선박이 부족할 때 운임은 급등하고 신조 발주가 유발된다. 선박이 과잉인 경우, 운임이 하락하고 선박해체가 충분히 이루어져 수급균형이 될 때가지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그러나 주기의 단계를 이해하고, 주기의 평균기간을 장기 통계에 의해 입증했다 해도, '7, 8년 주기'와 같은 간단한 법칙은 의사 결정의 기준으로 가치가 있다고 말 할 수 없다. 주기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예측하는 것은 아무리 합리적인 예측을 했다 해도, 실제 시간이 지나보면 잘못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해운주기의 역사를 보면 시황회복이 지연되는 이유의 대부분은 공급요인에 있다. 즉 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하였으나, 실패하여 천천히 가라 앉아 다시 침체 상태가 되는 경우이다. 투자자들은 회복을 기대하며, 낮은 선가의 선박발주를 늘려서 결국 회복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1981-82년에는 운임이 하락하여 198212월 건화물 파나막스 1일 수익이 4,200 달러까지 떨어졌다. 운임이 많이 하락했지만 1983-84년에 건화물선이 대량으로 발주되었는데 이는 일본, 그리스. 노르웨이의 선주들의 발주 때문이었다. 주기 역행적(counter-cyclical) 투자의사결정으로 보이지만, 조선소 야드가 건조능력과잉 상태에 있어 저렴하게 선박을 건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선주들은 이전 주기에서처럼 주기가 6년 기간으로 변동할 것을 기대하고 다음 회복 주기인 1985년에 맞추어 1983년에 선박을 발주한 것도 한 이유이다.

만약 많은 선주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갖지 않았다면 이 전략을 성공했을 것이다. 무역이 개선 될 것이라는 기대는 들어맞았다. 1984년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고 세계무역량이 상당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새로운 건화물선의 대량 인도되고 지난 두 해 동안 투기적으로 주문된 선박으로 인해 운임이 상승하지 못하였다. 결국 이때의 선박 대량발주가 1987년까지 해운시황을 저점으로 끌어가는 원인이 되었다. 해운주기 때문에 선주들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선주의 심리적 요인, 즉 군중심리가 해운주기의 기간과 진폭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리먼 사태 이후 해운주기를 살펴보면 2008년 말 급락 이후 2010년 상반기에 BDI4,000까지 재 상승했다가 이후 20136월까지 3년 정도 침체기를 맞이했다. 또한 2014년 하반기 BDI2,000선을 회복했으나, 20147월까지 다시 하락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이후, 그리고 2013년 하반기 이후 나타난 시황 회복이 실패하고 하고 있는 이유는 모두 과다한 신조발주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발주 붐이 향후 시황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지만, 해운시황이 저점에서 벗어나는 신호가 아닌가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1980년대의 해운경기 대 침체기 트라우마(traumas)와 비교할 때, 이번 해운침체기는 비록 현금흐름에서는 1980년대와 견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선가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1985년에는 2,500만 달러로 건조된 파나막스 건화물선 신조선이 불과 8백만 달러의 가치밖에 인정받지 못했으나, 지금은 2-3년 전에 2,900만 달러로 발주한 파나막스 건화물선이 3,100만 달러로 재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해운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과거의 해운 주기에서 주기적 정점과 침체에 대한 요인이 거의 모두 동일하며, 계속 반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낮은 운임 속에서도 선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시장정서가 시황회복을 예상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마치 1983년에 1985년이 되면 불황주기가 끝날 것을 예상했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다. 그래서 그 때처럼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7년만의 외출을 준비한다면, 이번 주기가 7년 만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시황 호전 기대로 1983년 대량발주 한 것이 침체기를 1987년까지 연장시켜, 대 침체기를 겪은 교훈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쉬핑뉴스넷, 2014년 8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