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교수 칼럼/공기업들 권한에서 리더십으로 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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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양창호 교수 칼럼/공기업들 권한에서 리더십으로 변화해야

작년 말 한국철도공사 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공공기관, 공기업들의 전통적인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첫째는 공기업을 통한 독점적 공공성의 당위성이었던 공공복지 추구가 약화되고 적극적인 이윤추구의 조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윤추구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공기업도 사기업과 같은 리더십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항만, 공항, 철도 등의 건설 및 운영에서 시민들의 생활이 불편해도, 재산권을 제한해도 인내와 양보를 강요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공공성이란 가치였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진 것은 국가의 공공성을 추구하는 많은 국유 공사들이 엄청난 손실을 본다는 점이다. 이는 국유기업들의 막대한 손실이 프랑스 등 몇몇 나라를 파산직전까지 몰아가거나 통화가치 절하를 야기한 예를 볼 수 있다. 국유기업들의 공익추구보다는 경영원리에 따라 영리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도 공공기관의 채무가 국가채무 총액을 넘어서고 있어, 공공기관에 대한 부채감축과 방만 경영 합리화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우리도 공기업에 대해 이윤을 극대화하라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1974년 캐나다 자유당 중도좌파 정부는 캐나다 국영철도에게 이윤을 내라고 지시하면서 필요한 개혁을 단행할 임무를 명시적으로 부여하였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사회주의 정당이 공기업의 영리화 개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공기업이 사기업과 다름없도록 구조조정이 이루어졌고, 이후 1980년대, 90년대에 쉽게 공기업들의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

정부가 철도운송 자회사를 설립한 것은 철도서비스의 독점 공기업에 대해 이윤극대화를 위한 개혁을 요구하면서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궁극적으로는 정부 독점서비스 통제를 사회로 환원시키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철도공사 노조가 파업을 통해 경쟁체제 정책을 반대한 것은 이 독점적 공공성을 현 상태로 유지하려는 것으로, 사회적 공공성을 요구하는 시민연대나 진보진영의 요구와 반대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기업들이 이와 같은 이윤 극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항만공사, 공항공사, 철도공사 같은 모든 공기업은 사기업과 경쟁해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공기업에게 단순히 부지를 보전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일만하라고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 이들 공사들이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역동적인 공항 및 항만, 그리고 철도개발과 운영, 정책개발의 주체가 되라고 필요한 수단과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공항, 항만 및 철도의 화물터미널 운영 효율화, 여객이나 화물의 흐름과 운송요율이나 화물터미널 운영사의 전략, 나아가 운송수단간 전환, 관련기업의 신규투자 등에 대해서도 어떠한 직접적인 권한도 갖고 있지 않지만, 이를 통해서 본연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 노력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 관련 산업이 다시 항만, 공항, 철도의 시장을 확대시킬 것이고, 궁극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 극대화 개혁을 추진하는 리더십으로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철도공사, 항만공사 및 공항공사에게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조직이 향할 비전을 세우고,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목표를 추구하도록 의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각 공사들은 자신들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최종 고객이 누구인지, 또 이들의 니즈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그 변화에 맞는 중장기 개발비전을 다시 세워야 한다. 또한 여객이나 화주의 니즈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투자계획도 함께 수립해야 한다.

특히 화물의 경우 터미널의 배후물류단지를 활성화시키고, 연계운송을 위해 정책개발 및 직접 투자까지 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항만공사가 내륙터미널에 대한 투자와, 철도 등 항만배후지까지의 운송 인프라 투자까지 직접하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공사가 독일철도(Deutsche Bahn)와 공동으로 화물철도 확장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독일 에머리히와 오버하우젠을 연결하는 73km 국제철도노선 확장으로 독일과 로테르담 항만을 연결하는 화물운송 능력이 두 배까지 증대되며, 이를 통해 로테르담 화주들의 항만이용이 더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항만공사가 화주가 직접 항만을 선택하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북중국 간 피더운송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내륙터미널을 설치 운영하며, 철도 및 화물전용운송로 건설에 투자해야 하는 방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정부도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공기업에게 부과된 공공에 대한 책임을 덜어주고 이윤 극대화에 힘쓰도록 개혁과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기업이 이윤 추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사장 선임에서 전문경영인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며, 성과급제나 탄력적 인사제도 같은 조직운영에서 민간방식의 제도 도입,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기업 운영 범위를 제한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deregulation)해 글로벌 시장에서 사기업 같은 다양한 영업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규제완화를 담당하는 위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공사 및 사장에 대한 경영실적 평가도 이윤을 얼마나 많이 내고, 부채를 얼마나 줄여나가는가에 두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공기업이 제공해야하는 공익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좌파 철학자인 조지프 히스는 그의 책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에서 공익을 추구하는 공기업이 공익에 무심한 사기업보다 공익증진을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의 공기업은 본래의 공익추구라는 목적보다는, 국민들에게 부채증가에 따른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효율적 경영이 오히려 시급한 것이라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곧 공공기관 운영의 요체가 권한(authority)에서 리더십(leadership)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업 사장들도 이젠 이윤추구를 통한 부채절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객의 니즈 변화를 읽고,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공사라는 이름자체가 주는 권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정한 리더십이 발휘되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공사라는 이름도 “...개발회사”, 혹은 “...운영회사같이 다양하게 바꿔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쉬핑뉴스넷, 2014.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