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양창호 교수 칼럼/초대형 컨테이너선 규모의 경제효과 있나?

양창호 2013. 10. 10. 11:54

Drewry(Drewry Maritime Research)의 지난 달 분석 자료에 따르면 머스크라인의 18,000 teu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Triple-E 선박은 이전까지 초대형선의 주류였던 13,100 teu 선박에 비해 연료비와 운항비가 약 30%까지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비를 보면 18,000 teu 선박이 하루 164톤의 연료유를 소비한다고 볼 때 13,100 teu 선박의 teu 333달러의 연료비를 218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 또한 선원비, 관리비 등 운항비도 teu 85달러를 76달러로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연료비와 운항비를 합치면 18,000 teu 선박은 teu 당 비용을 13,100 teu 선박의 418달러를 294달러까지 낮추어, 규모의 경제 효과(economy of scale)로 약 30%의 비용을 절감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은 규모의 경제 효과는 아시아-유럽 향 항로에서 teu 당 약 121달러의 비용절감으로 지난주 최근 동 항로(상하이-로테르담) 현물시장운임의 9%에 해당하는 것이고, 유럽-아시아 향 항로에서는 teu 128달러 절감으로 동 항로(로테르담-상하이) 현물시장 운임의 30%에 달하는 대단히 큰 비용차이인 것이다. 그러나 Drewry사가 분석한 자료는 여러 가지 가정을 두어 산출한 추정치일 뿐 만 아니라, 일부는 머스크사에서 제시한 통계에 의한 것이고, 또한 수에즈 운하통과료나 항만이나 터미널비용, 피더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정확한 절감효과라고는 볼 수 없다.

 

Clarkson사의 Martin Stopford는 일찍이 초대형선으로 가장 많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야할 건조선가와 연료유가의 경우 실제로는 규모의 경제효과가 없다고 분석하였다. 자본비와 연료유가가 전체 선박비용의 23%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선 선가의 경우 4,000 teu 이상 선박부터는 거의 1teu 1천만 달러의 건조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최근 조선소 불황으로 컨테이너선의 수주가격이 역사상 저점수준이어서 건조비가 1천만 달러 이하까지 하락하고 있으나, 단가 면에서는 선박의 크기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또한 연료유가도 선형 증가에 소비 연료량 증가가 거의 선형관계에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대형선에 의한 연료유가 절감은 기대할 수가 없다. 최근 Triple-E 선박 등의 연료유가 절감은 연료소비 절감형으로 설계된 선박과 그렇지 않은 선박과의 연료유가 차이로 보아야 한다.

 

또한 규모의 경제효과는 컨테이너선이 2,000 teu에서 4,000 teu로 증가하면서 7%의 비용절감, 4,000 teu에서 6,000 teu 로 증가하면서 4%의 비용이 절감되지만, 이후 18,000 teu 까지 선형이 증가해도 절감되는 규모의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히려 초대형선박으로 운송하면서 추가되는 비용이 크게 증가된다. 특히 선박비용의 21%를 차지하는 항만 및 터미널 비용의 경우 규모의 비경제 효과가 나타난다. 항만하역 작업물량 증가로 크레인 투입증가에 의한 비용증가, 환적에 따른 피더운송비 및 항만에서의 양적하 횟수 증가에 따른 비용들이 추가되어야 한다. 실제로 Triple-E 1호 선박인 Maersk Mc-Kinney Moller호가 로테르담 항에 기항했을 때 컨테이너크레인을 총 7, 최대 8대까지 투입하여 시간당 총 생산성을 37개를 보일 수 있었다. 보통 14,000teu 선박의 경우 최대 6대만 투입해도 시간당 30개 이상의 생산성을 나타낼 수 있다.

 

이밖에 컨테이너 비용 및 유지보수비용, 내륙운송비용, 컨테이너 리포지셔닝 비용 등은 선박비용 중 각각 18%, 25%, 13% 로 총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거의 모든 비용이 컨테이너선의 대형화에 따라 특별히 영향을 받지 않는 비용들이다.

 

외국의 선사들이나 컨설팅사에서 발표되는 18,000 teu 등 초대형 선박의 규모의 경제 효과를 살펴보면 정작 초대형선에 불리하거나 규모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분석이 초대형선을 건조하는 당위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50%이상의 비용이 대형선과 관계없이 발생되는 비용이고, 더욱이 항만과 터미널 비용, 피더운송비용, 자본비 증가에 따른 금융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서 제대로 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18,000 teu 선박의 최적 운항항로제약이나 최적기항 방식, 최대 기항시간제약 등을 감안한 초대형선의 운항경직성에 따른 선박 및 화주서비스 비용 증가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초대형선화를 통해 부담할 총비용은 오히려 증가하는 규모의 비경제(disconomies of scale) 선박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너도나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 운항하고 있는 이유는 이와 같은 경제적인 분석에 바탕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선사간의 시장점유율 경쟁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컨테이너선 해운은 선사의 선박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선박이 비용에서 비교우위를 갖춘다는 것은 선박비용, 항만비용, 물류비용, 화주 서비스 비용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갖고 있는 여러 리스크 요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규모의 비경제 효과에 기인할 수 있기 때문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기에 앞서 규모의 경제효과를 제대로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쉬핑뉴스넷, 2013년 10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