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교수 칼럼/초대형 컨테이너선 규모의 경제효과 있나?
Drewry사(Drewry Maritime Research)의 지난 달 분석 자료에 따르면 머스크라인의 18,000 teu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Triple-E 선박은 이전까지 초대형선의 주류였던 13,100 teu 선박에 비해 연료비와 운항비가 약 30%까지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비를 보면 18,000 teu 선박이 하루 164톤의 연료유를 소비한다고 볼 때 13,100 teu 선박의 teu 당 333달러의 연료비를 218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 또한 선원비, 관리비 등 운항비도 teu 당 85달러를 76달러로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연료비와 운항비를 합치면 18,000 teu 선박은 teu 당 비용을 13,100 teu 선박의 418달러를 294달러까지 낮추어, 규모의 경제 효과(economy of scale)로 약 30%의 비용을 절감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은 규모의 경제 효과는 아시아-유럽 향 항로에서 teu 당 약 121달러의 비용절감으로 지난주 최근 동 항로(상하이-로테르담) 현물시장운임의 9%에 해당하는 것이고, 유럽-아시아 향 항로에서는 teu 당 128달러 절감으로 동 항로(로테르담-상하이) 현물시장 운임의 30%에 달하는 대단히 큰 비용차이인 것이다. 그러나 Drewry사가 분석한 자료는 여러 가지 가정을 두어 산출한 추정치일 뿐 만 아니라, 일부는 머스크사에서 제시한 통계에 의한 것이고, 또한 수에즈 운하통과료나 항만이나 터미널비용, 피더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정확한 절감효과라고는 볼 수 없다.
Clarkson사의 Martin Stopford는 일찍이 초대형선으로 가장 많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야할 건조선가와 연료유가의 경우 실제로는 규모의 경제효과가 없다고 분석하였다. 자본비와 연료유가가 전체 선박비용의 23%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선 선가의 경우 4,000 teu 이상 선박부터는 거의 1천 teu 당 1천만 달러의 건조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최근 조선소 불황으로 컨테이너선의 수주가격이 역사상 저점수준이어서 건조비가 1천만 달러 이하까지 하락하고 있으나, 단가 면에서는 선박의 크기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또한 연료유가도 선형 증가에 소비 연료량 증가가 거의 선형관계에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대형선에 의한 연료유가 절감은 기대할 수가 없다. 최근 Triple-E 선박 등의 연료유가 절감은 연료소비 절감형으로 설계된 선박과 그렇지 않은 선박과의 연료유가 차이로 보아야 한다.
또한 규모의 경제효과는 컨테이너선이 2,000 teu에서 4,000 teu로 증가하면서 7%의 비용절감, 4,000 teu에서 6,000 teu 로 증가하면서 4%의 비용이 절감되지만, 이후 18,000 teu 까지 선형이 증가해도 절감되는 규모의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히려 초대형선박으로 운송하면서 추가되는 비용이 크게 증가된다. 특히 선박비용의 21%를 차지하는 항만 및 터미널 비용의 경우 규모의 비경제 효과가 나타난다. 항만하역 작업물량 증가로 크레인 투입증가에 의한 비용증가, 환적에 따른 피더운송비 및 항만에서의 양적하 횟수 증가에 따른 비용들이 추가되어야 한다. 실제로 Triple-E 제1호 선박인 Maersk Mc-Kinney Moller호가 로테르담 항에 기항했을 때 컨테이너크레인을 총 7대, 최대 8대까지 투입하여 시간당 총 생산성을 37개를 보일 수 있었다. 보통 14,000teu 선박의 경우 최대 6대만 투입해도 시간당 30개 이상의 생산성을 나타낼 수 있다.
이밖에 컨테이너 비용 및 유지보수비용, 내륙운송비용, 컨테이너 리포지셔닝 비용 등은 선박비용 중 각각 18%, 25%, 13% 로 총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거의 모든 비용이 컨테이너선의 대형화에 따라 특별히 영향을 받지 않는 비용들이다.
외국의 선사들이나 컨설팅사에서 발표되는 18,000 teu 등 초대형 선박의 규모의 경제 효과를 살펴보면 정작 초대형선에 불리하거나 규모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분석이 초대형선을 건조하는 당위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50%이상의 비용이 대형선과 관계없이 발생되는 비용이고, 더욱이 항만과 터미널 비용, 피더운송비용, 자본비 증가에 따른 금융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서 제대로 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18,000 teu 선박의 최적 운항항로제약이나 최적기항 방식, 최대 기항시간제약 등을 감안한 초대형선의 운항경직성에 따른 선박 및 화주서비스 비용 증가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초대형선화를 통해 부담할 총비용은 오히려 증가하는 규모의 비경제(disconomies of scale) 선박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너도나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 운항하고 있는 이유는 이와 같은 경제적인 분석에 바탕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선사간의 시장점유율 경쟁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컨테이너선 해운은 선사의 선박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선박이 비용에서 비교우위를 갖춘다는 것은 선박비용, 항만비용, 물류비용, 화주 서비스 비용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갖고 있는 여러 리스크 요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규모의 비경제 효과에 기인할 수 있기 때문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기에 앞서 규모의 경제효과를 제대로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쉬핑뉴스넷, 2013년 10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