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극해 얼음 면적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북극해에 ‘북동항로(NSR)’와 ‘북서항로(NWP)’로 알려진 두 개의 새로운 북극항로가 열리게 되었다. 북동항로는 러시아 해안을 따라가는 북극항로로 아시아와 유럽 간의 운송과 북극 자원 운송에 대부분 이용되는 항로이다. 반면 북서항로는 캐나다 북극을 가로질러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지만, 북동항로보다 운송 여건이 열악하고 운송 가능 기간도 매우 짧다. 따라서 국제 해운업계의 북극항로 개척은 사실상 북동항로를 의미한다.
새 노선의 등장
해상무역은 현재 세계 무역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건화물, 원유, 컨테이너 화물 등이 주로 운송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간의 무역 및 해상 운송량이 증가하면서 기존 항로인 수에즈 운하, 말라카 해협과 같은 지점에서의 지정학적 통행 중단 등은 국제 해운 및 무역에 커다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이러한 기존 운송항로의 대체항로의 역할은 물론 나아가 비용 절감, 운송시간 절감을 통해 새로운 물동량을 창출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선박량 기준 세계 4위의 해운산업의 역량을 바탕으로 그리고 북극항로와 가까운 전략적 위치라는 장점을 활용한다면 북극을 통한 짧은 항로를 이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동시에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노선의 등장으로 부산항은 동북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환적 중심지로 변모될 잠재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잠재력은 우리나라 해운이 세계 해운산업에서 전략적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러시아 로사톰 발표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세계 최대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기업으로 러시아 원자력부를 대신하는 기업. 동시에 로사톰은 북극항로(NSR)를 운항하는 해운업체에 쇄빙선 호위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또한 안전 항해를 위한 NSR 인프라의 운영자이기도 하고, 항만 건설에도 관여하는 등 북극항로 국제 운송 및 물류 기업과의 파트너 역할도 담당함)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4년에는 북극항로를 통해 300만 톤 이상의 화물이 운송되었는데, 이는 2019년 68만 톤의 수송실적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2024년 북극항로 운항 횟수도 총 97회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운송화물은 주로 원유, LNG, 석탄, 비료, 철광석과 같은 대량화물이며, 컨테이너, 일반화물 및 수산물도 수송되었다.
또 로사톰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의 경우 북극항로를 통해 2024년에 총 17번의 컨테이너 운송이 이루어졌다. 이중 중국 선사인 뉴뉴쉬핑 라인(NewNew Shipping Line)이 13차례 운송하여 총 약 2만TEU 이상의 컨테이너를 운송했다. 올해는 2024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북극 컨테이너 운송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러 북극항로 협력위원회
중국 하이지에 해운(Haijie Shipping Company)은 지난 9월 20일 중국-유럽 북극 익스프레스 서비스(Arctic Express service)를 시작하였다. 이 항로는 중국의 칭다오항 등 3개 항만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등 유럽 4개 항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해의 절반인 18일이 소요될 예정이다. 기존의 북극항로 운송이 출발지와 목적지 간 운송이었다면 이번 서비스는 여러 항만을 기항하는 일반적인 정기선 서비스를 북극항로에서 최초로 개시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중국은 2024년 중-러 정상회담 일환으로 북극항로 협력위원회를 개최하여 양국이 항해 안전, 북극항로 화물 운송량 증대, 물류경로 개발, 해빙상태 정보교환 등에 합의했다고 로사톰이 발표했다. 2024년 6월에는 로사톰과 중국 해운기업들이 북극항로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 항만을 연결하는 연중무휴 컨테이너 라인 개설을 위한 의향서도 서명했다.
북극항로 통한 운송 경쟁
중국 기업들은 현재 북극항로 컨테이너 운송이 7월부터 11월까지 4~5개월로 제한되어 있지만, 2030년까지 연중무휴 노선을 개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로사톰과 협력 중인 뉴뉴쉬핑은 4,400TEU의 적재 용량을 갖춘 아크(Arc) 7급 쇄빙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하여 건조하고 있다.
아크 7급은 최고 빙해 등급(ice-class)으로 Arc 7급 선박은 최대 2.1미터의 해빙을 자력 항해할 수 있는 선박을 의미한다. 양방향 쇄빙 기능을 가지고 있어 빙해에서도 선박 회전과 후진이 가능하다.
이처럼 북극항로를 통한 해상운송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2018년 북극 정책을 발표한 이후 북극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하여 정치적 경제적 위상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북극항로 개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러 정상 공동성명에도 북극을 중요한 협력 분야로 포함시켰다. 캐나다와 프랑스도 올해 들어 북극전략 프로젝트들을 시작하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 민간위원회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9월 11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북극항로 전담기구인 ‘북극항로 개척 민간위원회’를 발족함과 동시에 ‘북극항로 기금’ 50억 원을 조성하기로 의결하였다. 이 기금으로 북극항로 시범 운항 추진과 함께 향후 쇄빙선·내빙선 도입 방안연구, 극지항로 전문인력 양성지원, 거점 항만 인프라 구축방향, 해상안전체계 고도화방안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특히 선박운항 수심 등 북극 해도의 제한된 데이터 보완, 기후변화와 해빙정보 모니터링, 고위도에서 항해 기기의 정확도 문제, 그리고 북극항로 운항선박의 디지털화와 탄소배출 추정연구, 소형원자로 SMR 탑재 쇄빙선의 건조 필요성 등에 대한 조사 연구 지원할 계획이다.
북극항로 개척은 단순히 새로운 항로나 대체항로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해운과 조선, 국제물류, 그리고 친환경 선박연료 등의 성장잠재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미래 우리 해운산업의 전략적 재도약 정책이며, 나아가 부산항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의 대전환을 이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현대해양, 202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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