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해운사 공동행위 제재… 정당성 면밀히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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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공정위, 해운사 공동행위 제재… 정당성 면밀히 살펴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외 해운선사들이 2003년부터 약 15년간 한국∼동남아 항로 등에서 운임을 합의하는 공동행위를 한 것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했다.

선사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에 나섰다. 서울고법은 해운법을 근거로 해운사의 공동행위는 자유경쟁의 예외로 인정되고,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권한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있으며 공정위에 규제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해운사 운임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위도 일정한 조건에서 제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선사들이 부당하게 운임을 인상하여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운임 공동행위를 당연위법으로 판단한 채 실질적 경쟁제한 여부는 입증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시장 구조와 경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시장지배력이 있는지를 검토해 경쟁제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에 부합하지 않는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운임 담합이 있었다는 2003년 이후 2017년까지의 기간에는 만성적인 공급 과잉으로 선사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었다. 공동행위가 있었음에도 대부분 화주의 요구대로 운임을 인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공정위가 선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심문한 내용에서도 모두 화주의 요구대로 운임이 결정됐다고 했다.

또한 공정위가 절차 위반이라고 문제 삼고 있는 122건의 공동행위 미신고 건은 해수부에 신고된 운임 공동행위를 달성하기 위한 신고 금액 이하의 부수적인 공동행위였다. 조사 대상 기간 중 총 19회의 운임 신고를 했고 해수부는 이를 수리하였다. 미국 해상운송 감독기관인 FMC에서도 신고된 공동행위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적인 행위는 독점금지법 적용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수부도 122차례의 부속 협의는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향후 변론 과정에서 정기선사들이 부당하게 운임을 인상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 사실이 없고, 또한 공정위가 미신고된 것으로 규정한 운임 공동행위가 해수부에 신고된 공동행위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므로 별도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는 점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일본 중국 대만 등 경쟁국 모두 자국의 무역운송 증진을 위해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대해 경쟁법 조치를 한 사례가 없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이 같은 조치를 할 경우 해운은 물론이고 우리 무역 수출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불가피하다. 해운 및 무역업계는 한목소리로 이번 공정위의 제재 조치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해운 시장은 국제적 경쟁 시장이다. 세계 1, 2위 선사의 수송능력은 660만, 460만 TEU의 규모가 될 정도로 초대형이지만 우리나라 10여 개 근해선사는 그 수송능력을 모두 합쳐도 50만 TEU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해운선사들의 공동행위는 초대형 외국 선사들과 경쟁하며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사들이 공동행위조차 못 한다면 저가 출혈 운임 경쟁으로 시장 퇴출이 우려되고, 결국 우리 수출 무역 화주의 수송 시장은 현재의 경쟁 시장에서 독점적 시장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법원도 국민 경제적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법리적으로 해운법상 정당한 공동행위였는지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2025년 6월 25일]